주일학교로 들어온 아이들, 중학생 때 가장 많이 떠난다

  • 입력 2019.12.09 22:0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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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라 일컬어지는 청소년들은 오늘날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의 신앙은 어떠한 상태이며, 교회공동체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교회탐구센터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가 공동으로 ‘2019 기독 청소년들의 신앙과 교회 인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다음세대의 눈에 비친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다음세대의 눈으로 본 교회’를 표제로 한 ‘2019 기독 청소년들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세미나’가 지난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조사는 전국 기독교인 중학생 및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교회 출석자 500명, 비출석자 200명으로 지역, 성, 연령 인구 비례 할당하여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했다. 2019년 10월7~22까지 15일간 구조화된 설문지로 온라인조사가 진행됐다.

먼저 교회 출석 학생 부모의 종교를 조사한 결과 부모 모두 기독교인은 59.2%, 아버지만 기독교인은 3.2%, 어머니만 기독교인은 22.8%, 부모 모두 비기독교인은 14.8%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부분 부모 가운데 최소한 한 사람이 기독교인인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부모 모두 기독교인인 비율이 높았으며, 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어머니만 기독교인인 비율이 높았다.

나아가 경제 수준이 상층인 학생들과 기독교인 부모를 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경제 수준이 낮고 부모 모두 교회에 나오기 어려운 경우에 자녀가 교회에 나오기도 쉽지 않고 삶의 만족도 또한 낮은 경향을 나타냈다. 결국 경제 수준이 낮은 청소년들이 신앙적으로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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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가 26.8%로 가장 높았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20.8%), ‘부모님이 원하므로’(19.2%),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18.0%)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분명한 목적을 갖지 않은(습관적으로, 부모님이 원해서) 비율이 40%로 나타나 절반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신앙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처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 있어 신앙이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앙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하느냐는 질문에 73.0%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19.0%가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신앙이 진학 방향이나 진학할 학교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52.2%가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고, 신앙이 직업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56.2%에 달했다. 신앙이 가치관과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80.6%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밝히는 것에 대해 당당하다는 응답도 76.2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고생들은 50.8%가 모태신앙이라고 응답했고, 교회를 처음 출석하게 된 계기도 ‘부모님을 따라’가 69.2%로 가장 높았다. 친구나 선후배의 전도는 14.0%로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단 교회를 다니는 중고생들의 경우 62.4%가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간다고 응답했다.

이 외에도 중고생들은 ‘교회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74.2%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교회에 가는 것이 즐겁다’는 응답도 70.2%로 높았다. ‘교회가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문항에도 65.6%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나는 교회에서 삶의 가치관을 배운다’는 문항도 69.6%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 성인이 된 이후에도 교회 출석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61.8%로 나왔고, 16.0%는 ‘그만 다닐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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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은 교회를 떠난 시기에 있어 중학생 때가 50.0%, 고등학생 때가 25.5%, 초등학교와 그 이전이 24.5%로 나타났다. 이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습관적으로 교회를 다니다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기 스스로의 신앙을 정립해야 할 때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꼭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가 30.0%로 가장 높았고, ‘공부 때문에’가 26.5%, ‘개인적 이유’가 19.0%로 나타났다. 38.5%의 학생들은 교회를 떠났으면서도 여전히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고 응답했으며, 46.5%의 학생들은 ‘시기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출석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출석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1.0%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예장통합 교단의 자료에 의하면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는 48%, 중등부가 없는 교회는 47%, 초등부가 없는 교회 47%, 유년부 없는 교회 47%, 유치부 없는 교회 57%, 유아부 없는 교회 97.4%, 영아부 없는 교회 78.5%로 나타났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교회가 중고등부와 유초등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줄어든다고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교회 안의 청소년들의 신앙 정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교회를 떠난 청소년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가 분명해진 셈이다.

기독 청소년 신앙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한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이번 조사는 청소년들의 관점에서 교회와 주변 어른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사역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면서 “차세대의 신앙생활과 그들의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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