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19년 기독 문화계 결산

  • 입력 2019.12.19 12:11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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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내며 20여 매체 기독교 문화기자들이 모여 한 해 동안 기독교 문화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출판, 영화, 음반, 공연 등의 네 분야로 나누어 현장 사역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독교 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기도 했다. 출판에는 한국기독교출판문화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이, 영화에는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가, 음반에는 김명식 찬양사역자가, 공연에는 광야아트센터 윤성인 대표가 나서 발제하고 목소리를 내주었다. 분야를 불문하여, 문화를 소비해주는 크리스천들이 없다면 양질의 컨텐츠는 양산될 수 없다. 여전히 남아있는 ‘교회문화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들이 깨어지고, 양질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할 때 기독교 문화는 더욱 꽃피워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편집자주>

 

출판

올 한해 기독교출판계는 ‘신간을 계속 내야 장사가 된다’는 불문율을 깨고, 고전을 재해석하고 명작을 재출간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한국기독교출판문화협회(기출협)가 회원사들로부터 납본받은 신간과 순위합산 방식으로 선정한 베스트셀러들을 살펴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도서는 게리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였다. 오프라인에서는 <지저스 콜링> <아이들이 몰려온다>가 2~3위를 차지했고, 온라인에서는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15년만에 다시 쓴 어? 성경이 읽어지네>가 2~3위를 차지했다.

<5가지 사랑의 언어>는 단순히 ‘힐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성경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지향점을 제시하는 책이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이 책을 읽어본 1독자가 2독자, 3독자에게 책을 선물해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 한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사랑받는 고전 가운데 <천로역정>은 만화로도 발간돼 관심을 모았다.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간됐지만, 만화가 최철규 집사를 통해 재해석된 만화 천로역정은 어린이에서 장년에 이르기까지 좋은 반응을 보였다.

기출협이 발간하고 있는 월간 <기독교 출판소식>이 2019년 한 해 동안 소개한 신간은 970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강세를 보인 분야는 ‘신앙일반’이었다. 뒤이어 설교/강해와 신학일반, 어린이와 경건생활 분야의 신간이 나왔다.

올해 신간을 협회에 납본한 출판사는 153개사이고, 이중 기출협 회원사는 97개사였다. 이들 중 31개사가 6종 이상을 납본하여 2개월에 1권 이상의 책을 발행했고, 12종 이상 발행한 회원사는 18곳이었다. 출판사들이 고심 속에 신간을 펴내는 것 보다는 오래도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스테디셀러의 재발행을 선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책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이나 책을 소비하는 문화도 최신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은 인플루언서와 SNS, 유명인의 팬덤을 통한 홍보 마케팅의 강세와, 소비자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북 큐레이션’ 문화를 주목했다.

최 국장은 “출판사마다 신간을 낼 때 유명 신학자, 목회자, 저자,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추천평을 받곤 하는데, 이는 ‘신뢰도’의 증가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이와 더불어 기독교 출판계 역시 SNS에서 기독교 서적을 소개할 인플루언서 찾기에 나서고 있고, 저자 혹은 출판사의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서점 가운데 눈에 띄는 ‘북 큐레이션’ 사례로는 홍성사 책들을 읽는 공간으로 꾸며 소규모 출판기념회, 저자와의 만남 등을 진행하는 ‘합정동 양화진 책방’, 지역 사람들과 네트워킹으로 다양한 소모임을 마련하는 ‘역곡동 용서점’등을 소개했다.

올 한해 불황 속에서도 최신 트렌드에 발 맞추어 약진을 보이는 출판사와 서점들이 있었다. 부진을 털어내고 새로운 도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2020년 기독교 출판계에 기대가 모아진다.

 

영화

기독교 영화는 2017년부터 CBS시네마와 커넥트픽쳐스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2018년 <바울>로 27만명의 관객을 모은 CBS시네마는 올해 <천로역정>으로 29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안타를 쳤다.

2017년 12만명이 관람한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를 배급한 커넥트픽쳐스는 올해 화제작 <교회오빠>를 배급해 11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교회오빠>는 내년 3월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 <1919 유관순>과 <북간도의 십자가>, <아픈만큼 사랑한다> 등의 기독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천로역정>의 경우 만화책으로도 발간돼 올해 큰 관심을 모은 고전으로, 영화의 경우 애니메이션의 높은 완성도, 여름성경학교나 수련회 기간이 맞물리면서 단체관람까지 이어져 기독 영화로서는 적지 않은 관객수를 동원하며 흥행을 거두었다.

<교회오빠>는 故 이관희 집사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대한 신앙적인 감동과 도전이 관객동원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다.

<아픈만큼 사랑한다>는 필리핀 의료선교로 평생을 헌신한 박누가 선교사가 투병 중에도 의료선교의 사명을 끝까지 지켜내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조명해 큰 감동을 전했다. 이태석 신부의 선교상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에 버금가는 명작이라는 평도 받았다.

기독영화와 예술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는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국내 기독영화들이 ‘다큐’나 ‘재현’의 범위를 넘지 않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크리스천 관객들이 기독영화를 통해 경험하기 원하는 바가 명확하고, 교회단체관람 등을 위해서는 일반영화보다 더 보수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선별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성 목사는 “따라서 현장에서는 기존 일반영화 중 기독교적 메시지를 찾고, 비평과 해석하는 선에서 문화적인 필요를 보충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창작영화가 만들어져야 국내 기독영화의 외연이 확대되고 발전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대중문화 영상산업계는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같은 채널이 개발되면서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하기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에 접속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양한 채널의 문화모임이 계발되고 있으나 기독교에서는 미비한 실정.

성 목사는 “영화와 문화에 대한 비평적 해석과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해줄 프로그램이 나오고, 이를 뒷받침할 문화관련 신학자와 사역자들의 참여가 요청된다. 단순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영화를 통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교회가 연구하고 활용해보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음반

2018년 한 해 동안 각 분야별 음악시장에서 7871개의 음반과 1만3471개의 음원이 발매된 데 비해 기독교 음반시장에서는 매년 1400여개의 음원이 발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 한해에도 12월5일 현재 1374개의 음원이 발매됐으며, 이는 매주 30~40개의 음원이 발표되는 수치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기독교 음악들이 발매되고 있지만, 실상 크리스천들에게 소비되고 인상 깊게 기억되는 음악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에는 CD를 구매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스마트폰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다.

김명식 찬양사역자는 “예전에는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사역을 잘해도 음반을 내지 않으면 자격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음반을 보여줘야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졌던 것”이라며 “지금은 음반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가 끝났다. 한 곡씩 음원으로 발표하면 주목하지만, 한꺼번에 10곡을 음반으로 발표하면 더 안 듣는 느낌”이라고 최근 동향을 소개했다.

최근 기독교 음악시장은 감각적인 라이브영상으로 젊은이들의 이목을 끌었던 팀 ‘위러브’ 같은 트렌디한 음악이 주목받은 한편, 김수지 한웅재 이길승 강찬 조준모 등 기성 사역자들이 대거 컴백해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등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이어져 대조를 이뤘다.

특히 CCM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러브, 위드, 에이멘이 ‘Recall CCM’으로 보여준 활동은 기성세대들에게 진한 향수를 선사했다는 후문이다.

김명식 찬양사역자는 “위러브는 기존 찬양팀이 가져왔던 포맷을 따르지 않고, 고정된 장소에서의 예배 없이 예배를 드리고, 라이브영상을 SNS에 게재해 주목받고 있다. 전하는 메시지 또한 젊다. 1986년 최덕신 사역자가 곡을 써서 한국 기독교 음악계를 뒤흔들었을 때 그의 나이 20대 중반이었다. 지금 위러브가 20대 중반들”이라며 핫한 신인 ‘위러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기독교 음악시장 안에서 기성세대든 다음세대든 모두가 주목하는 채널은 ‘유튜브’다. 멜론, 벅스, 애플뮤직, 네이버뮤직 등 내로라하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수익이 몇 배가 된다는 유력한 관계자의 증언도 있을 정도다.

2020년, 기독교 음악시장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대중문화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레트로’ 열풍에 편승한 기성 사역자들의 약진도 기대가 된다.

 

공연

기독교 공연시장의 규모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일반 공연시장 규모의 1% 정도(350건, 1600회, 30만 관객)로 예상되는 정도다. 많이 소비될수록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기에, 기독교 공연을 찾는 관객이 더 많아져야 그 규모 또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기독 공연 전문공연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광야아트센터의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광야는 뮤지컬 4편과 콘서트 1편 등 다섯 작품을 선보였다. 198회 공연을 통해 3만4000여명 관객이 동원됐으며 유료관객 비율이 90%에 달하는 약진을 보였다.

이밖에 <바보사랑>, <아이캔플라이>, <베드로>, <스타라이트 스토리>, 극단 예배자의 <라면에 파송송>, 극단 비유의 <메리골드> 등의 공연이 직·간접적으로 기독교 메시지를 담아 선보여졌다.

CCM 콘서트로는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보다 국내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공연들이 있었다. 빅콰이어가 ‘빅콰이어, 사랑을 잇다’를 사랑의교회에서 성황리에 올렸고, 블랙가스펠의 대명사인 헤리티지가 성락성결교회에서 라이브 실황 녹음예배로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도 한웅재의 ‘오늘 은혜’, 홍대 예수 문화 페스티벌 ‘수상한거리 페스티벌’, 크리스천 연예인들의 무대 ‘컴패션 온 스페이지’ 등이 진행됐으며, 송정미의 브랜드 콘서트 ‘크리스마스 인 러브’가 성탄 시즌에 찾아온다.

광야아트센터 윤성인 대표는 “80년대를 전후로 기독문화예술은, 한국교회 안에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문화사역자들을 발굴해 낸 토대가 됐다. 교회 문화를 경험하고 자라난 의식있는 문화사역자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주님이 주신 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앞으로 기독문화와 공연계가 지속성과 저변 확대를 통해 건강하게 재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윤 대표는 “혈혈단신 고군분투하는 문화사역자들이 한국교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마련된 제1회 GNC 포럼이 얼마 전 있었다”며 “모쪼록 이와 같은 연대와 협력의 움직임이 활성화되어 2020년은 올해보다 더욱 알차게 열매 맺는 기독 공연계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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