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기부율 하락세…원인은 ‘기부단체 불신’

  • 입력 2019.12.23 16:46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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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부금이 정말 불우이웃에게 제대로 전달될까?”

교회를 비롯한 기부단체들, 투명성과 신뢰도 제고해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이 희망 나눔 캠페인 시작 한 달째인 지난 19일 기준 34.1도를 기록했다. 내년 1월31일까지만 운영되는 온도탑이 100도까지 끓어오를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와 사랑의열매 ‘2019 기부 및 사회이슈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 2013, 2015, 2017년에 걸쳐 우리나라 기부금 총액은 9.6조, 11.1조, 12.5조, 12.7조, 12.9조로 해마다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2019년 연간 기부율, 향후 의향률 등 기부 지표들이 각각 전년 대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국민들은 재난이나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돕는 ‘마음이 큰’ 민족이다.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들과 사회단체들의 주도 아래 나눔과 섬김을 실천해온 한국인들이 왜 기부를 망설이게 됐을까.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3%,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서’가 15%로 나타났다. 아름다운재단이 2018년 발표한 ‘기빙코리아 조사 보고서’에서도 기부 단체 선정 ‘기부 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56%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지난 23일 한 포털사이트 메인에 기부금액이 저조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그 기사를 접한 네티즌 phil****은 “사람들이 만원을 기부하면..기부단체의 운영비용으로 9000원은 쓰고 1000원만 불우이웃에 전달될 것 같아서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그 많은 광고비와 직원들의 인건비, 거기에 대부분의 기부금이 다 들어갈 듯”이라는 댓글로 기부 단체의 투명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 특히나 사회보장제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는 더욱더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인천의 기초생활수급자인 부자(父子)가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훔친 사건이 보도돼 온정의 손길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각종 비리와 대표의 갑질 논란, 고액 연봉, 과도한 운영비 등 기부단체의 불투명하고 부정직한 운영은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내 기부금이 정말 후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의심케 하는 것이다.

교회도 이러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 가구의 기부금 중 85%는 종교 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적지 않은 종교단체들이 기부단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기부단체들은 내부적인 행정·유지비용을 가급적 줄이고, 최종 수혜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부금을 전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교회 또한 헌금하는 이들이 재정 사용에 대해 불신하지 않고 신뢰감을 갖게 하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기부 단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될 것이고, 한편으로 한국교회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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