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입력 2019.12.26 10:5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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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사람이 살다가 보면 흔적을 여러 가지로 남긴다. 우리나라 말에 이런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다. 즉 우리는 싫든 좋든 흔적을 남기고 산다. 요즘 우리나라 문화 가운데 과거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중에 하나는 화장실 문화이다. 화장실 하면 뒷간, 변소 등으로 불리면서 대부분의 인식이 지저분하고 더럽고 냄새나고 역겨운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신세대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고 재래식 화장실 문화에서 생활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웃지 못할 기억들이 있는 것이 화장실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디를 가더라도 화장실이 참으로 깨끗하고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청결하고 깨끗하다. 그런 화장실을 이용할 때 가끔 내 눈에 확 들어오는 문구 하나가 인상 깊다. “문화인이고 문명인은 자기가 머물고 간 자리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흔적은 남기면 해롭거나 무익한 것이 있는가 하면 흔적을 남기되 잘 남겨야 하는 흔적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잘못된 것 중에 산을 등산하거나 어디를 여행하거나 기념비적인 곳을 방문을 할 때 꼭 “나 다녀갔다”라고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그래서 큰 바위에다 이름을 새기고, 낙서를 하는 무례가 있다. 즉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될 곳에는 굳이 흔적을 남기고 흔적을 남겨야 할 부분에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 우리 인생을 흔히 하는 말로 ‘공수래 공수거’라고 한다.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라는 것이다. 이것을 성경에는 “저가 모태에서 벌거벗고 나왔은즉 그나온 대로 돌아가고 수고하여 얻은 것을 아무것도 손에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전5:15)라고 했다. 그러나 인생은 비록 갈 때는 빈손 들고 가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엇인가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남기고 가야 할 흔적들은 무엇인가? 일찍이 인도의 위대한 시인 타고르는 이렇게 노래했다. “죽음의 신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때, 당신은 생명의 광주리 속에 무엇을 담아서 그 앞에 내놓을 것인가?” 우리는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신이 우리를 노크할 때 아무 것도 내 놓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보람 있는 유산을 남겨놓아야 한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한 모퉁이를 담당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감리교회의 창시자는 요한 웨슬리 목사이다. 웨슬리목사의 아버지는 사무엘 웨슬리이다. 그는 목사였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18세기 초엽에 목회를 하였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200년이 넘은 오랜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무엘 웨슬리가 손수 기록한 교적부가 조심스럽게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1704년에 어떤 교인이 세례 받은 기념으로 봉헌했던 성찬용 은잔도 있다고 한다. 비록 2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그 시절의 아름답게 신앙생활 하는 성도들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남겨야 할 흔적들은 아마 이런 것이다. 먼저는 우리의 땀방울의 흔적이 남아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즉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성경의지혜서라는 잠언서에 보면 게으른 자에 대한 책망을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기를 개미를 든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눕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같이 이르리라”(잠6:6~11).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남겨야할 흔적은 눈물과 땀과 피를 흘려서 이룩해야 할 성실하고 위대한 흔적이다. 위대한 흔적을 남겨놓는 인생, 성실한 삶의 자국을 남기는 인생의 창조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마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각자가 크레파스와 하얀 도화지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커다란 백지를 나름대로 열심히 여백 없이 칠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이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한창 칠을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인생을 마치 하루 중 아침, 오전, 정오, 오후, 저녁, 밤중으로 구분을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디쯤에 있든지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것도 신앙 안에서 말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에 우리의 삶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무슨 흔적을 남겨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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