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는 ‘미션프렌즈’ 발족

  • 입력 2020.01.07 19:2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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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숫자의 그늘엔 고통의 신음이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12월 한국 선교사 파송 현황’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는 전 세계 171개국에서 총 2만7993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사 파송 3만 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회는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동북아X국에 3549명, 미국 2590명, 일본 1547명, 필리핀 1542명, 태국 956명, 동남아I국 847명, 캄보디아 829명 등 많은 수의 선교사들을 파송했으며, 이들은 현지에서 교회개척과 제자훈련, 복지, 교육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로써 미국 다음가는 선교대국의 반열에 우뚝 올라섰다.

문제는 선교사들의 연령대가 점차 고령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대는 448명, 30대는 1666명, 40대는 5541명, 50대는 5332명, 60대 이상은 2709명 등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20~30대 선교사들은 적은 반면 기존에 파송된 40~60대 선교사들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사실 한국교회가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가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면에 고통에 신음하는 선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은 유념해서 살펴보지 않는 한, 잘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이다. 한국의 5만여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3만 명 가까운 선교사들을 파송했다면 이토록 많은 선교사들은 제대로 된 후원이나 돌봄을 받고 있을까라는 어쩌면 당연한 의문을 만나게 된다.

목숨 같은 사명을 쫓다가 위협받는 삶

일반적으로 선교사들을 파송한 중형 이상 되는 규모의 교회들은 정기적으로 또는 비정기적으로 선교보고라는 것을 받는다. 선교지에서 선교사가 현지에서의 사역 이야기와 감사의 인사를 담아 영상을 제작해 보내오거나,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을 찾아 직접 강단에 서서 보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아주 좋은 혜택을 받고 있는 일부의 선교사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선교지의 생활과 실상은 매우 열악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역을 중단할 수 없어 십수년째 한국을 밟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의료환경이 열악한 현지에서 질병으로 고통받아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한국에 올 수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매일 선교사역에만 매달리느라 관계에 목마른 사람들, 베풀고 나눠주기만 하고 공급받지 못해 지쳐가는 사람들, 번아웃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로기 상태에 빠져버린 사람들까지 그들의 고통은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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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의 안타까운 사연들, 송석홍 목사의 마음을 움직이다

평생을 선교에 헌신해온 중부명성교회 송석홍 원로목사는 이러한 상황들을 수없이 목도해 왔다. 송 목사는 청주 상당교회를 개척해 목회하다가 미국으로 떠났고, 9년 후 다시 돌아와 중부명성교회를 개척했다. 너무 양적 성장에만 몰두해왔던 자신의 목회에 대한 반성으로 중부명성교회 개척 때부터 ‘선교하는 교회’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은퇴하기까지 23년 동안 교회 재정의 65%를 선교사역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목숨같이 지켜냈다. 이러한 교회공동체의 지침은 후임으로 청빙된 탁신철 목사에게까지 이어져 햇수로 26년째 내려오고 있다.

송 목사는 “선교지를 다니다보니 보고 듣는 가운데 눈물나게 어려운 선교사들이 많다. 쉬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재정이 끊어져서 사역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 본인이나 가족이 아픈데 꼼짝달싹 못하고 선교지를 섬기고 예배를 인도해야 하기에 울음을 삼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은퇴하면 이런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뜻을 같이하는 귀한 동역자들을 만나게 되어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부명성교회는 소속 노회에서 25개의 농어촌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지원금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척전도부를 만들어서 매달 음식과 악기를 가지고 교회들을 순방하며 예배드리고 기도제목을 나눈다. 그들의 필요와 아픔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기록하여 매년 지원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실제적으로 돕고 있다.

송 목사는 중부명성교회에서 하던 이러한 미자립교회 지원사역을 그대로 해외 선교사들을 위한 지원사역으로 확장시킨다는 생각이다. 매달 선교후원금을 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적인 그들의 필요를 공급하고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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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케어에 뜻을 같이하는 동역자들 모여

지난 3일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중부명성교회 사랑방에는 송석홍 원로목사와 이승희 목사(하늘군대, 복음의원 1대 원장), 이흥식 목사(청주현도교회), 김동환 목사(사랑순복음교회)가 만났다. 모임의 이름은 ‘미션프랜즈’. 선교사들의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미션프렌즈’는 이날 본격적인 첫 모임을 갖고 사역의 방향을 확인하며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중부명성교회 탁신철 담임목사와 복음의원 김기태 2대원장도 송석홍 원로목사와 이승희 원장의 뜻을 이어 적극 참여키로 한 상태다.

이승희 목사는 “의사로서 복음의원을 물려주고 본격적인 의료선교에 매진하고 있지만 한 사람의 환자를 위해 일주일 동안 병원 문을 닫고 필리핀까지 쫓아가 치료하기도 했다. 아무리 아파도 한국에 나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더라”라며 “선교지 현장을 섬겨야 한다는 거룩한 의무감을 갖고 있던 차에 송석홍 목사님과 뜻을 나누며 사역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지만 전국의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힘있는 사역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흥식 목사는 “나도 선교지를 다녀보지만 후원하는 사람은 많아도 선교사들을 케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재교육을 시키면서 선교사들과 함께 며칠을 지내다 보면 너무나 좋아한다. 선교사들끼리는 현실적으로 친구가 되기 너무 어렵다고 한다”면서 “선교사와 지내면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격려하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선교를 중단하려 했던 사람에게 다시 힘을 주는 귀한 계기가 된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제는 선교사를 파송만 할 것이 아니라 케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목사도 “이승희 목사님과 함께 청주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며 10년 넘게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목사님이 라오스 선교를 기획하고 실제적으로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여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면서 “매우 탁월하게 사역하시는 분인 만큼 많은 선교사들에게 기쁨과 격려가 되는 사역이 진행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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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승희 목사, 김동환 목사, 이흥식 목사, 송석홍 목사

선교사들의 친구 ‘미션프렌즈’ 걸음마 시작

선교사들이 휴식을 갖고 싶어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사역을 중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면 누군가가 대신 섬겨야 하는데, 선교지에서는 서로의 사역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빼앗는 불미스러운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서 아무에게나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션프렌즈’는 선교사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현지에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원하는 기간 동안 휴식할 수 있도록 선교지를 지켜주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선교사인 이승희 목사가 함께하고 있는 만큼 특수한 경우 선교지 현장에서도 의료사역이 가능하며, 추후 동역자들이 확대되면 전문적인 사역 파트별로 다양화한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이제 발족되어 걸음마 단계인 ‘미션프렌즈’는 현재 뜻을 같이하는 동역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선교사 케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에 반응하는 목회자와 교회는 이승희 목사에게 연락하면 ‘미션프렌즈’가 될 수 있다.(010-5483-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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