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 없이 인정하는 성별정정, 사회 혼란 불러와

  • 입력 2020.02.19 10:37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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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군 복무 희망 의사를 전한 하사에게 군 당국이 전역을 명령한 사건이 이슈가 됐다. 그런가 하면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 입학 정시모집 전형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입학을 포기한 사례도 한동안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이 두 사건 모두 당사자가 성전환 수술을 거쳐 법원으로부터 ‘엠티에프(MTF, Male to Female)’,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정정을 인정받은 사안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출생 시 정해진 성별을 ‘성전환 수술’을 통해 변경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법원에서 쟁점이 되고 있고, 이를 인정하는 판례 또한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는 ‘외부 성기를 형성하는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인정한 결정례가 나오고 있어 찬반양론이 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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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종필 의원이 주관하고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하여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 입법적 대응 세미나’를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고 사법부가 자의적으로 성별정정을 인정하는 것의 폐해를 지적하고, 입법적인 대응 방법을 모색했다.

대법원은 1993년 1월12일 호적선례(제3-621호)를 제정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방법 및 호적기재의 추정력’은 ‘성전환증 환자로서 수술을 받은 경우,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도 ‘성전환수술을 받아 현재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와 국내 성형외과 또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서가 필수적으로 제출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 하급심 판례 현황 및 향후 예상되는 폐해’에 대해 발제한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전 판례를 깨고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했다. 판별 기준은 반대 성으로 외부성기를 갖추거나 제거할 경우”라며 “그러나 2013년부터 하급심들이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여성이 남성으로 성전환 했을 때 남자 성기를 갖추지 못할지라도 성별정정을 허용했다. 수술비용이 고액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로 한정한 것”이라며 “그러자 2017년 청주지법 판결은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 했을 시 성기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도 허용했다. 경제적 이유로 한정했던 판결이 젠더주의에 입각한 판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남성 신청인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양측 고환 절제수술과 유방확장기 삽입술을 받았는데, 여성으로서의 외부성기를 형성하는 수술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었다.

당시 청주지방법원은 ‘성전환수술을 받고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라고 판시한 대법원 2006.6.22.자 2004스42 결정에 대해 “성기의 어느 부분까지 형성되어야 한다든가, 또는 반대 성과 완전히 동일한 성기를 형성하여야 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하고자 함은 아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외부성기 수술을 마치지 않으면 성별정정 허가를 명시적으로 불허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된다”며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과 충돌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봤다.

이처럼 ‘외부성기의 수술이 성별정정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례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외부성기’를 비롯한 성징을 기준으로 성별을 판단하는 것이 사회 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외부성기 수술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별정정을 인정할 시 야기될 혼란에 대해 대비되어 있지 않다. 특히 대두되는 문제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제도에 미치는 영향과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점이다.

이밖에도 외부성기를 형성하지 않은 MTF들이 여대, 여자화장실, 여성전용사우나 등 여성의 사적 공간을 위협하는 문제는 적잖은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원의 결정례에 대한 검토와 입법론’에 대해 제언한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는 “칸트에 따르면 성전환이 일반화될 수 없는 행위라면 자유나 권리로 인정될 수 없다. 다만 성전환을 ‘치료’ 차원으로 본다면 성별정정의 최후 수단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허용 요건도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 교수는 “만일 성전환을 권리로 상정한다면 사회질서의 대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성전환은 사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다. 이는 헌법상 가족제도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칫 동성결혼의 합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성별정정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래서 성별정정의 요건을 대법원 규칙이 아니라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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