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입력 2020.03.19 11:4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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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몇 번 해야 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살던 장소를 떠나 이동을 할 때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한다. 이사를 하는 것은 번거롭고, 힘이 들기도 한다. 요즘이야 이사를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업이 생겨서 이사를 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이삿짐센터가 생기기전의 이사란 전적으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처음으로 짐 보따리를 가지고 이동할 때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갓 군 제대를 한 더벅머리 총각전도사가 시골에서 도시로 트렁크 하나만 달랑 가지고 거주해야 할 곳으로 이동한 것이 첫 이사 같다. 그 후 결혼을 하고 장만한 살림살이가 하나하나 늘어나면서 시골 교회에서 이사를 할 때는 책들이며, 책장, 가구 등 이삿짐이 제법 늘었다. 이사준비라는 것이 어디서 빈 박스를 많이 구해 책이며 여러 가지 소품들과 그릇,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쌓아 담는다.

 

이사를 하는 차가 오면 뒤편 짐을 싣는 곳에 도움 주는 자와 함께 낑낑거리면서 올리고 화물차와 함께 이동을 했다. 이사를 하고 짐을 푸는 것도 전적으로 힘이 있는 가장의 몫이 컸다. 그러다가 도시로 와서 처음으로 포장이사를 했다. 이삿짐센터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전부 포장하고 이동하고 정리까지 하였다. 참으로 편리하고 좋은 것 같다.목사는 비교적 이사를 다른 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자주 하는 편이다. 물론 처음부터 안정적이고 소위 큰 교회는 모르나 개척교회이거나 목회 초년일 때는 이사가 자주 있다. 목사의 삶이란 자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교회의 형편에 따라 이사를 하고, 사택에 입주를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교회 근처에 교회가 마련한 작은 공간으로 이사를 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사를 하나? 하고 걱정을 했지만 막상 이삿짐을 다 정리하고 집에 들어와 하룻밤을 자니, 편안하고 안정이 되었다.

 

사실 공간을 줄여 짐이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생각을 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최대한 짐을 줄이고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애지중지 하던 것들도 사람이 마지막 때에는 다버리고, 남기고 가는 것인데, 발버둥 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집이라는 것이 그렇다. 아무리 넓은 공간에 살아도, 등을 땅에 대고 코를 하늘을 향하여 다리 펴고 자고, 밥먹고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 가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보고 가족들이 가족애를 느끼는 공간 밖에 더 이상이 아니지 않는가? 좁은 방 두 칸에 짐을 최대한 차곡차곡 정리하고 나니 쉴수 있는 공간, 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전화 담당, 인터넷 담당, 유선방송 담당, 가스 담당, 정수기 담당이 다녀갔다.

 

비로소 정상적인 생활, 살림살이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마치 집을 한 동 짓는데 수십 가지 분야가 있어야 하듯, 이사한번 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절차, 순서, 전문가의 손을 거처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는 것이고,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는 시대도 아니다. 모두가 분업화가 되었다. 전문화가 되었다. 이런 사회 구조, 생활 구조 가운데 무엇 하나 고장이 나거나 이상이 생기면 절대로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전부가 전문가를 불러야 하고, 모두는 돈과 관계있는 것이다. 즉, 서로서로 함께 살아가는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강한 것은 집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집을 사는데 힘을 쏟았다. 장막, 내 집은 필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집이란, 그저 가족이 함께 가족애를 느끼며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집이란 작냐 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식구들이 웃고 즐겁게 거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좁고 작으면 어떤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톨스토이의 단편 중 『사람이 살아가는데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 라는 제목을 인상 깊게 보았다. 사람이 아무리 욕심을 내고 땅을 차지하고 해도 결국 사람은 마지막에 갈 때는 모두 다 놓고, 자기가 누울 몇평 안 밖에 없다는 것이다. 넓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독방의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나 중요한 것은 질이다.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질이다. 그 집에, 그 장막에 어떤 소리가 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 부터사람의 집안에서 담장 밖으로 세 가지 소리가 흘러나와야 행복한 집이라 했다. 웃음소리, 책 읽는 소리, 다듬이질하는 소리이다. 여러분의 집에는 어떤 소리가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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