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창궐하는데 온라인예배 찬반 논쟁이 웬말

  • 입력 2020.03.19 16:2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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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껏 너무나 당연했던 예배 행위가 전염병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교회들이 당분간 온라인 영상예배로 예배 형태를 전환해 드리고 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기독교 내에서는 온라인 영상예배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교회가 불안과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없다면서 예배의 형식보다는 예배의 본질이 중요하기에 온라인 영상예배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목회자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예배는 진정한 예배로 볼 수 없기에 우리의 건강과 생명조차도 하나님께 맡겨드리며 더욱 열심히 모여 예배하고 기도해야 한다는 목회자들도 있다.

이처럼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의 생각과 결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온라인 예배를 선택한 목회자도, 오프라인 예배를 고수하는 목회자도 각자 나름대로의 소신과 원칙에 기초했을 것이고 하나님 앞에 간절한 무릎으로 결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 그 어떤 결정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음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

온라인 예배가 옳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는 함께하는 성도들과 함께 영상예배로 경건한 신앙생활을 이어가면 된다. 반대로 오프라인 예배가 드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는 철저한 방역과 위생관리 및 안전수칙 등의 엄격한 준수를 전제로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자신의 입장만이 옳은 것이라며 서로를 비난하고 나설 때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온라인 예배와 오프라인 예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온라인 예배로 전환해야만 했던 힘든 결정을 내린 목회자의 넋두리도 있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지 않는 목회자와 교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오프라인 예배를 끝까지 고수하고 있는 목회자의 자랑과도 같은 이야기도 종종 목격된다. 이처럼 ‘내가 옳다’ 또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독선과 면피성 내용들로 가득찬 글들이 온라인상에서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그 가운데 오롯이 들어가 있는 한 사람의 목회자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지난 18일 SNS를 통해 “지금은 온라인예배 찬반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믿음도 중요하지만 이웃과의 수평적인 믿음도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배의 정신을 지키되 현실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소 목사는 먼저 “우리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예배의 정신과 가치를 목숨처럼 지키는 수직적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회상한 소 목사는 “5.18때도 수요저녁예배를 지키기 위해 금남로를 걸어갔다. 그때 계엄군이 총으로 쏴 버리면 그냥 죽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가슴에 성경 찬송 품고서 찬송을 부르며 갔다”며 “하나님과 나와의 수직적인 믿음은 절대로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말고 순교적 각오로 지켜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믿음으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겠다는데 누가 간섭을 하고 이래라 저재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반면 소 목사는 “그러나 믿음은 수직적 믿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의 믿음도 있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도 우리는 사회적 존재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어 “예수님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라고 하셨다. 율법의 총 요약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고 하셨다”며 “특별히 전염병과 관련해 교회가 집단감염의 거점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사항을 잘 지켜줘야 한다. 이것은 믿음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소 목사는 “과거 종교개혁 시대에 전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가톨릭은 믿음으로 전염병을 이기자면서 성당으로 무조건 다 모이라고 했다. 그러다 2000만명 이상이 흑사병에 전염돼 죽었다. 그러나 루터는 예배를 끝까지 드리되 성직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모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오늘날로 말하면 최소한의 예배를 드리면서 온라인으로 가정예배를 드리는 셈이다. 하나님과의 수직적 믿음을 지키면서도 사람들과의 수평적 관계도 지혜롭게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소 목사는 “지금 우리는 온라인예배의 찬반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더 하나 되어 예배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배를 더 간절히 사모해야 할 때이다. 온라인예배가 최선은 아니지만 우리의 중심에서 예배의 정신과 가치는 지키되 현실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예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정신과 가치를 지켜가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수직적 신앙뿐만 아니라 수평적 믿음도 잘 조화를 이루어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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