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일에 ‘모이는 예배’는 부활할 수 있을까

  • 입력 2020.03.31 12:5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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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순복음교회 온라인 생중계 영상예배가 드려지는 시간에 예배당에서는 부교역자 등 최소한의 인원만이 모여 예배드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덮친 가운데 많은 교회들의 온라인 영상예배가 6주째를 지나 7주째를 향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지침에 적극 참여하여 모이는 예배를 온라인예배로 전환하고, 일부 모이는 교회에서도 7대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등 이웃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이는 예배를 재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4월5일 종려주일을 지나 4월12일이 부활주일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부활’의 의미는 존재 그 자체이다.

바울은 고린도교회를 향한 편지에서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지 못하셨으면 우리의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이며 또 우리가 하나님의 거짓 증인으로 발견되리니 우리가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셨다고 증거하였음이라”라며 “만일 죽은 자가 다시 사는 것이 없으면 그리스도도 다시 사신 것이 없었을 터이요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잠자는 자도 망하였으리니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생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라고 했다.

부활이 없으면 기독교도 없다. 많은 교회들이 부활주일을 앞두고 다시 모이는 예배를 생각하는 이유다.

3월26일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신촌성결교회, 온누리교회, 오륜교회 등 10여개 교회 목회자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모여 주일예배 재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4월5일 종려주일부터 다시 모이는 예배를 시작하자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기간이 4월5일에 종료되고, 4월6일부터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하면 이 시기에 맞춰 예배당에서의 모이는 예배를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3월31일 “코로나19 사태로 연기했던 초중고교 개학을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 개학 방식은 온라인 형태가 유력하다”고 밝히고 가정마다 단말기 보급과 인터넷 접속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학마저 온라인으로 가닥이 잡히는 마당에 모이는 예배 재개에 공감대를 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부활주일에 대한 열망과 조만간 다시 모일 것이라는 희망으로 언제라도 다시 모여서 예배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이뤄져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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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는 일찍이 구축된 영상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영상예배를 이어가는 동시에 순장교육 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지형은 목사)는 3월29일 ‘코로나19 상황에서 부활절에 예배당에 모이는 예배를 재개하며’라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정책 집중 기간이 4월6일까지인데, 한국교회에서 그동안 ‘온라인 예배’를 드리던 교회들이 4월12일 부활주일을 기해서 대부분 ‘예배당에 모이는 예배’를 재개하리라 본다”고 전망하고 주의깊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사항들을 나누며 ‘포용하는 정신’을 촉구했다.

먼저 한목협은 모이는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둘 다 포용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예배를 지속하는 이 두 가지 방법은 기독교의 다양성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이든 한국교회의 예배가 중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한 깨달음은 예배당에 모여서 드리는 예배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이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하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속됐다”고 확인했다.

이어 “모이는 예배를 재개해도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는 것이다. 교인들 중에 확진자, 자가격리자, 유증상자가 있을 수 있다. 고령자나 어린아이가 있어서 또는 다른 이유들 때문에 예배당에 모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교인들이 편한 마음으로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예배당에 나오지 않는 것을 정죄하는 분위기가 되면 교회 공동체 내부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국가적인 방역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교회가 사회의 그 어느 기관이나 단체보다 더 철저하게 방역하는 것”을 요구하며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많이 교회 밖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금 한국교회의 사회적 처신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선교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개별 교회 또는 지자체마다 있는 교회 연합회에서 그 동네나 지역의 방역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아울러 “사회의 취약한 계층을 위해 더 겸허하게 봉사해야 한다. 4월12일 부활절을 즈음하여 교회마다 그 지역사회에 교회의 상황에 맞게 사회적인 섬김을 실천하면 좋겠다”며 “4월12일 부활주일부터 5월31일 성령강림주일까지 개교회마다 부활절 헌금으로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등 공감어린 소비를 하고 구입한 물건을 사회의 취약계층에 전달하자”고 공감소비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추후 다시 시작될 수도 있으며, 앞으로 인류에게 감염병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 모이는 예배가 언제부터 가능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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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덴교회는 온라인 영상예배를 당부하고 있지만 5만여 명의 성도들 중 300여명이 매주 교회당을 찾아 예배를 드리길 희망함에 따라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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