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아침에 부끄럼 없는가?

  • 입력 2020.04.09 13:2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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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도 혹독한 봄을 지나는 우리에게 그래도 한 가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올해의 부활절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고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예배가 멈춰서고, 예배당의 문이 열린 곳도 닫힌 곳도 어디나 숨죽인 사람들의 기도에 묻혀 골고다를 오르는 예수님의 힘든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던 고난의 한 주간을 보낸 부활의 아침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여느 해 봄날 같으면 예수님의 부활을 알리는 계란 바구니의 행렬이 줄을 이었을 아침이, 예배당의 문 앞이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하다. 부활의 기쁜 소식이 그렇게 세상에 충만해야 할 아침에 세상권세와 공중권세 잡은 자들에 의해 조용히 숨을 죽여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밤이 깊어야 새벽이 오는 것처럼 고난을 넘어서야 부활이 있음을 알기에 새벽이 다가오는 숨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 신앙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고난과 부활을 이렇게 실감나게 체험을 했던 적이 없다.

그 중에서도 고난은 아직 그 끝이 보이지도 않지만 그러나 새벽이 오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진정한 영광이 우리를 맞이할 그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난의 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저지른 한국 교회의 부도덕과 불공정 불평등의 역사를 스스로 가슴을 치며 애통하는 모습이 아직은 더 필요해 보인다. 여느 해와는 다른 부활절, 하나님이 주시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아픈 마음으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온라인 예배, 유튜브 예배를 통하여 알곡과 쭉정이는 얼마나 가려졌는지, 얼마나 교회는 정화가 되었는지 스스로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기에 부끄럽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저 예배당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예배당의 문이 열릴 때 나는 거기 들어가기에 부끄럼 없는 사람인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부활의 아침 햇살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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