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부(1)

  • 입력 2020.05.07 10:0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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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목사 (예수나라공동체)

“전쟁은 속임수의 싸움이다!”

병이사립(兵以詐立)! 춘추시대의 전략가로 손자병법을 지은 손무(孫武)의 말이다. 온 세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 군인과 경찰, 소방관과 공무원이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면역 항체를 속이고 슬그머니 다가오는바, 인류 최대의 난적이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가서만금(家書萬金)! 집에서 온 편지가 금보다 귀하고 반갑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공황에 빠졌을 때 방역 당국자가 선포한 말이다. 이로써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정부의 방침에 따를 수 있었다.조부는 1888년 조선시대에 태어나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강점기, 미군정과 6·25전쟁, 4·19혁명과 자유당 붕괴 등을 거치며 한평생 힘들게 살았다. 5·16군사정변 이듬해 1962년 운명하여 기억은 희미하지만,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쓰러져 3년간의 병수발을 받았다. 큰 들의 우리 논이 유실되었던바, 이후 조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은 조부가 지은 언덕 위의 초가삼간이었다. 배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고욤나무도 산에서 캐어다 심었다. 조부는 사랑방에서 홀로 지냈다. 외출할 때는 참빗으로 머리를 빗고 나름의 의관을 갖추었다. 단발령이 내려진 지 꽤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상투를 틀고, 탕건에 갓을 쓰고,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를 입고, 발목에 대님을 매고, 짚신을 신고, 괴나리봇짐을 지고 길을 나섰다. 일할 때는 종아리에 행전을 바싹 동여맸으며, 비올 때는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걸쳤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머리를 빡빡 깎고 고무신을 신었다. 조부는 집안의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다녀왔으며, 어머니를 불러 작은 봉지를 건네주었다. 떡과 고기, 과일 등을 조금씩 싸주는 음복 풍습이 있었다. 아련한 옛날이야기 같지만 가끔씩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다.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돼지독감에 이어서 3번째다.

모든 나라와 민족이 인류애의 시험대 앞에 섰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요, 인류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지구도 하나, 인류도 하나, 우리는 운명공동체다. 민족적 반감이나 경제적 이해타산, 종교적 신념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실천할 때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 한국은 주님의 사랑을 솔선함으로써 코로나19 방역에 모범을 보였는바, 세계 130개 나라에서 마스크와 진단키트, 인공호흡기 등 의료용품의 지원이 쇄도하고, 역학조사와 방역대책, 자문인력까지 요청받고 있다.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이번에 알았다!” 급난지붕(急難之朋)! 우즈베키스탄이 우리의 도움을 받고 한국 대사관에 전한 메시지다. 인지상정(人之常情)!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파병한 아프리카의 유일한 나라다.

그들도 비상시국을 선포하고 우리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한국인의 저력은 위기 속에서 늘 빛이 났다. 세계경제는 재편될 것이며 사회질서와 문화까지 개조될 것인바, 한국은 IT강국으로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다. 지성감천(至誠感天)! 하나님의 법정은 항상 공평하다. 정직한 자의 정의를 끝까지 보증하신다. 하나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래서 바울은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둔다고 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단을 거둘 것이다.’(시편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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