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떠나간 곳에서 선교적 교회를 굳건히 세우다

  • 입력 2020.05.12 11:50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JPG

아무도 오지 않으려던 교회. 왔다가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갔던 교회. 교회 설립 70년 역사상 무려 20번이나 목사가 바뀌었던 교회. 충청북도 청주시 현도성결교회(이흥식 목사) 이야기다.

이흥식 목사는 1988년, 이 교회에 20번째 목사로 부임했다. 오씨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던 이 동네에서 현도성결교회 성도는 15명 남짓.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담임전도사로 찾은 이 교회에서 이흥식 목사는 커다란 변화와 부흥을 일구며 흥미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현도성결교회 목회자가 그토록 자주 바뀌었던 이유는 먹을 것이 없어서라고 했다. 성도가 너무 없으니 사례비는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목사는 부임하자마자 성도들에게 선포했다. “나는 주는 대로 먹는다. 밥 주면 밥 먹고, 죽 주면 죽 먹고, 안 주면 안 먹는다. 내가 이 교회에 있는 한 당신들이 나를 먹여 살려라. 다른 교회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배짱있는 선포와는 달리 이 목사도 처음엔 무기력했다. 젊은 나이였지만 신학교 마지막 학기를 마치기 위해 서울로 다니다보니 피곤하여 새벽예배를 빠지는 경우도 생겼다. 태어나서 도시에서만 살아온 이 목사는 생소한 시골생활이 적응되지도 않았다. 그러던 그에게 하나님은 ‘기도하라고 보냈더니 잠만 자고 있다’고 꾸짖으셨고, 이 목사는 그제서야 하나님 앞에 교회를 어떻게 세워갈 것인지 고민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는 말씀이 떠올라 교인들에게 기도를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교회가 언덕 위에 있어서 너무 추웠기에 작은 창고를 개조해서 방을 만들고 40일 기도회를 시작했다”고 회상하고 “그때 교인들이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면서 교회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양육이었다. 이렇다할 멘토도 갖지 못했던 그는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의 목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제자훈련을 도입했고, 산골짜기를 넘어다니며 전도했다. 하나님은 귀도 들리지 않는 할머니에게 신앙고백을 하게 하시며 이 목사를 격려했고, 그렇게 영혼들을 보내주셨다.

성도가 40여명을 넘어가면서 이 목사는 본격적으로 선교의 비전을 나누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선교지를 방문하며 선교의 비전을 품은 이 목사는 구역 이름을 캄보디아, 라오스 등 선교지 국가 이름으로 정하며 자체적으로 선교헌금을 하고 운영되는 교회 안의 작은교회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인생을 가치있게 살려면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는 이 목사의 가르침에 따라 현도성결교회 성도들은 시골 작은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태국 등지에 4개의 교회를 세웠다. 이에 도전받아 이 목사 본인도 선교지에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고.

00.jpg

현도성결교회는 뜨거운 찬양이 있는 젊은교회로도 유명하다. 교인들이라곤 노인들이 대다수인 교회에서 이게 웬말인가 싶지만, 이 목사는 온누리교회에서 1990년대에 경배와찬양을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교인들을 데리고 차량까지 대절하여 직접 온누리교회를 찾았다. 젊은이들 위주의 뜨거운 찬양예배를 견학한 이들은 현도성결교회에서 그대로 재현해왔고, 젊은 마음과 열정으로 경배와찬양을 이어가고 있다.

교인 100명의 시골교회가 할 수 있는 나눔은 어디까지일까. 현도성결교회는 퍼주는 교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초교파 작은교회들의 모임인 열두비전선교회를 섬기고 있는 이 목사는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고 도움이 필요한 목회자 가정들을 섬기고 있으며, 하나님이 채워주시는대로 흘려보내기 바쁘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으셨고 실망시키지 않으셨다. 심지어 양복 필요하다고 하면 그 다음날 집사님이 양복 사준다고 전화가 온다. 실제적인 하나님의 응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만큼 나도 목회자들과 교인들을 섬기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년이 7년 남은 지금, 또 다른 교회를 세우기 위해 꿈을 꾸고 있다”며 “미션프랜드의 거처도 마련하고, 12교회 12선교사를 돌볼 수 있을 때까지 정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