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본 것은 아닌지

  • 입력 2020.07.23 11:2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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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을것 같다. 정부가 교회를 대상으로 ‘간 보기’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약칭 중대본, 본부장 정은경)가 발표한바, 7월 10일 18시부터 모든 교회는 구역예배와 수련회, 기도회, 성가연습 등 각종 대면 소모임을 금지한다고 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규예배라고 하더라도 통성기도는 할 수 없다는 것과 심지어 찬송가는 소리를 작게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며 교회 운영을 일시 중단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가히 기독교를 향한 공권력의 공갈(恐喝)이나 협박 수준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과 아울러 교계 각 단체와 기관들에서는 연일 성명서를 내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불과 2주 만에 헤프닝은 막을 내렸으나 그 뒤끝이 못내 찜찜하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따라주고 협조를해온 교회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가 아닐 수 없었던 서운함이작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2주 간의 짧은 기간이었다고는 하나,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집회의 자유를 선언한 이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권력에 의해 기독교회 집회의 금지 조치가 내려진것은 아마 처음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지금이 국가적 차원의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하나 어느 면에서 보든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고서는 그럴 수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회의 종교적 집회의 자유를 불허한다는 것은 곧 기독교에 대한 탄압의 서곡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조처였다. 비록 그것이 교회 수련회와 구역예배, 기도회 등 대면(對面) 소모임이라고 하는 단서가 붙기는 했으나,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공산국가가 아닌 담에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우리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불과 2주 사이에 코로나 확진 상황이 눈에 띄게 호전된것이 아닌 것 같은데도 그리 쉽게 해제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교회가 이러한 조치를 내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을 떠보기 위한일종의 ‘간 보기’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는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는 정부의 피로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절차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분명히 해 둘 것은 첫째로 우리 교계의 지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사전에 의견을 들어보고 양해가 가능한 선에서 이를 결정 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도 없이 일방적 선언 형식의 발표를 했다는 것은 천만 기독교인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박해의 서곡이라고 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그동안 교회가 자체 방역 또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시책에 여타 어느 종교단체들보다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온 데 대한 칭찬의 말은 못해 줄망정 이런 조치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더욱 그 속내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일부지자체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를 지키지 않는 교회에 대해서는 신고를 할경우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바있다. 이는 시민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공산주의식 발상이다. 만에 하나라도 정부가 그간의 실정(失政)에 대한 국면전환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려 했다거나 교회를 향한 ‘간보기’를 했다면 이는 교회 앞에 용서를 구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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