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예배 첫 주일, 텅 빈 예배당엔 빈자리만 가득

  • 입력 2020.08.25 11:1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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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3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조치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대면예배가 강제된 첫 주일은 예배당이 텅텅 비었다. 실시간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최소한의 인력 20명 이하만 허용된 까닭에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사랑의교회, 새에덴교회 등 대표적인 대형교회들의 커다란 예배당도 빈자리만 가득한 채 비대면예배가 드려졌다.

상당기간 이어진 온라인예배에 익숙해진 탓인지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무리없이 비대면예배가 진행됐으나, 그간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현장예배를 드렸던 공간을 막상 비우게 되니 그 시각적인 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이날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경남, 충남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대면예배가 금지되고 비대면예배만 허용됐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현장조사 결과 상당수의 교회들이 대면예배를 드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는 1만여 교회 중 400여곳이 대면예배를 드렸고, 부산시도 1700여 교회 가운데 270여 교회가 대면예배를 드린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도 378곳, 충남 751곳, 서울 17곳 등이 대면예배를 드린 것으로 지자체 조사 결과 발표됐다.

대면예배를 드린 교회들 가운데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현장예배 금지 행정조치에 반발하여 현장예배를 지켜내겠다는 교회들도 있는 반면, 대안이 없는 교회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서울시가 7000여 교회 가운데 3894곳에 대해 현장점검을 진행한 결과 65.3%인 2542곳은 비대면예배로 전환했으나, 28.8%인 1121곳의 교회는 예배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형교회 이상의 경우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얼마든지 비대면예배로 전환할 수 있지만 작은교회들의 경우에는 이처럼 예배를 중단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동안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띄엄띄엄 앉아 현장예배를 드렸으나, 대면예배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 닥치자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현장예배를 강행하거나 예배를 중단하게 되는 것.

이는 일부 교회의 감염사례를 전체 교회의 책임으로 확대하여 촉박한 시간에 대안 없이 무작정 모든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한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조치라는 비난이 곳곳에서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세심하지 못한 정부의 행정조치들은 다른 다중이용시설과는 달리 유독 교회에만 강경한 행정명령을 쉽게 발동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며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임영문 목사는 “비대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교회가 10%도 안 된다”며 “왜 교회가 코로나19 확진 장소라고 조장하여 마녀 사냥하듯이 하느냐”고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부산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22일자로 부산지역 교회들에 공문을 발송하고 “정부가 제시한 7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현장예배를 드리기로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기독교의 생명인 예배를 금지시키려는 정당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부산시의 행정명령을 즉시 철회하기를 요청한다”면서 “부산시의 행정명령에 대해서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면예배가 금지되자, 금지되지 않은 지자체 교회들을 향한 압박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전라북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서도 대면예배가 금지되지 않고 비대면예배를 권고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난 23일 주일에도 전북 소재 4244곳의 교회 중 3443곳의 교회가 이전처럼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현장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현장예배를 죄악시하는 시선과 함께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 등 강경조치한다는 압박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한바탕 휩쓸고 간 사랑제일교회와 우리제일교회 등 교회 내 감염 확산세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깜깜이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감염되어 어떤 사람에게서 심각한 증상으로 발현될지 알지 못하기에 방역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한 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고려되고 있고, 비대면 예배만 허용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예배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영상예배로 드리든, 현장예배로 드리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현장예배를 고수한다고 해서 믿음이 더 우월한 것도 아니고, 영상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저급한 신앙인 것도 아니다. 한국교회는 자중지란에 빠질 때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로 연합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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