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통합 온라인 교단총회 첫 경험 “부족했지만 잘했다”

  • 입력 2020.09.22 15:0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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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한국교회 교단의 양대 산맥인 예장합동과 통합이 제105회 정기총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예장합동은 새에덴교회를 포함 전국 36개 교회에서 1500여명의 총대들이 모였고, 예장통합도 도림교회를 비롯해 전국 38개 교회에서 1500여명의 총대들이 회집했다. 본부격이 된 새에덴교회와 도림교회는 총회장과 주요 임원 및 위원회와 상비부 등 회의 진행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인원만 배정됐고, 나머지는 전국 각지의 거점교회별로 평균 50명 이하의 총대들이 온라인 화상회의로 총회를 ‘참관’했다.

이날 이후로 총회를 개최한 대부분의 주요 교단들도 온라인 형태의 회의를 선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도 모든 총대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달 전인 8월부터 세상 언론들이 한국교회의 교단 총회가 코로나 확산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목하면서 교회를 향한 방역당국과 사회의 눈초리는 곱지 않았다. 감염병 확산 위기에 수백명이 모이는 것도 위험하거니와 1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실상 그 우려는 당연한 것이 될 것이어서, 기실 예장합동과 통합의 정상적인 총회는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정부 당국도 교단 총회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해서 최대한의 방역과 주의를 기울이면서라도 총회만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새에덴교회측에 따르면 용인시의 시장과 경기도지사도 교단 총회는 어쩔 수 없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동과 통합은 스스로 대규모의 회집을 피하고 소규모로 여러 곳에서 모여 온라인을 통한 화상회의로 진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대형교회와 중형교회의 온라인 화상시스템 점검에 착수했고, 각각 36개와 38개 교회의 예배당 현장을 ZOOM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대규모 화상회의를 구현해냈다.

특히 단 열흘 만에 온라인 화상총회를 준비해야 했던 합동은 전국 거점교회에 방송장비와 기술이 부족하자 새에덴교회에서 직접 방송장비를 배급했으며, 총회에서는 본부 직원을 거점교회로 파송해 원활한 준비를 도왔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구현된 시스템인데다가 참여하는 총대나 진행하는 주최측 모두 ‘첫 경험’이었기에 여기저기서 불만은 터져나왔다.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방 거점교회의 총대들에게 거의 발언권이 주어지지 못했고, 총회장이 위치한 교회에서만 총회를 진행하느냐는 지적이 합동과 통합 모두에서 나왔다.

합동측의 한 지방 총대는 “새에덴교회에 있는 사람들만 회의를 진행하는가. 한 시간 전에 발언권을 요청했는데 이제야 겨우 발언 기회를 얻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합동 총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방 거점교회의 총대에게 발언기회가 주어진 것은 10차례가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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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측도 마찬가지였다. 도림교회 중심으로 총회가 진행된다는 원성이 접수됐고, 지역 총대들의 발언권은 극히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등 정기총회가 아니라 영등포 총회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합동과 통합 모두 총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지방 거점교회 총대들의 이러한 이의제기를 수차례 접수했다. 하지만 양 총회는 “초유의 사태에 처음 진행되는 온라인 총회이니만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안내하며 회의를 진행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합동과 통합 모두 총회 시간을 4~5시간으로 제한해놓은 상황이라 총대들의 불만을 알면서도 묵과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감지됐다. 결국 양 총회 모두 예정했던 시간을 넘겨 총회를 파회했다. 모든 총대들이 만족할만큼 발언권을 부여하다보면 하루 안에 총회를 마치지 못할 뿐 아니라 식음료 반입이 금지된 상황에 길어지는 회의 시간도 큰 부담이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교단의 총회장들은 품격있는 리더십으로 불만들을 보듬으며 원활한 회의진행을 이끌었고, 총대들도 어쩔 수 없는 비상상황임을 감안하는 듯 불만은 있지만 감내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코로나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치러낸 온라인 총회였지만, 위기 속의 이번 경험이 한국교회에는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시도해볼 생각도, 필요도 없었던 대규모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은 비록 첫 시도였기에 결점도 지적됐으나 차츰 보완을 거쳐 전국교회가 온라인으로 함께하는 거대한 캠페인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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