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NCCK 총회, 김영주 총무 선임

  • 입력 2014.11.24 22:3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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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3회 정기총회가 지난 24일 강남교회에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회장에 황용대 목사(기장, 성삼교회)가 선임됐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총무 선거는 총회에서 통합측이 돌연 퇴장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다시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김영주 총무가 재선임됐다.

개회예배에 이어 오후 회무에 들어선 총회는 개회선언과 회순채택, 총무인사, 제62회기 사업보고, 연합기관 유관기관 보고 등 순조롭게 진행됐다.

빠른 속도로 각부 보고를 무난하게 받은 총회는 긴장감 속에서 총무 선임에 돌입했다. 제63회기 총무 선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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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무시하고 무기명비밀투표 요청

박종덕 회장은 김영주 총무 후보의 이력을 소개하고 인선위원회 경과보고 사항을 전달했다. 이어 김영주 목사를 총무로 선임할 것인지를 묻자 ‘동의’와 ‘제청’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박 회장이 가부를 물으려 하자 그제서야 ‘아니요, 법이요’라는 소리가 제기됐다.

발언권을 신청한 통합측 우영수 목사는 “인선위원회가 단수로 추천한 후보를 실행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정하여 재적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총회에 상정한다. 실행위에서 제청된 사안을 가지고 단순한 가부로 결정할 수 없다. 똑같은 선거 절차를 거쳐서 총회에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회에서 다시 한 번 투표 절차를 거쳐서 총무를 선임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우 목사의 발언을 들은 대의원들은 술렁이며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이었다. 박종덕 회장은 “지금까지 총무를 선임하는 것으로 총회에서 투표까지 간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박수로 대부분 받았다”며 “꼭 투표까지 가야하나”라고 재차 뜻을 물었다.

구세군 임헌택 사관은 통합측의 요구에 수긍할 수 없다는 듯 “류태선 목사가 됐어도 이렇게 했겠나. NCCK에 40년 있었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통합측이 배포한 유인물을 보면 본인들은 다 잘하고 나머지는 잘못했다는 이야기다. 이게 독선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9개 교단 중에서 7개 교단이 찬성하고 협의했으면 함께 가는 것이 옳지 않은가. 교회협은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고, 지지고 볶고 했어도 이 안에서 다 해결했다. 대화를 하는 중에 법적인 조치를 하고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 통합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아픔을 겪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통합 강무영 장로는 “총무를 뽑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 자격이 임기 4년에 해당되는가 문제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인선위는 헌장위에 사상 유례없는 질의를 했고 헌장위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면서 “실행위에서 옳은 판단을 못했다고 하면 여기서 모든 회원들이 투표를 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법대로 투표로 진행해달라”고 투표를 재차 요구했다.

감리교 박경양 목사는 “교회협 90년 역사상 총무 총회인준이 필요한 적이 있었는가에 대해 우리가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우리 모두는 여기에 개인으로 와있는 것이 아니고 교단의 대표가 되어 실행위원회와 인선위원회, 총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통합측이 문제제기하는 것 보면서 감리교 대의원으로서 아주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여기서도 투표를 진행해 재적 과반수를 묻자는 것은 억지도 너무 심한 억지다. 그런 식으로 해서 망신 주고 우리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통합측 대의원들과 다른 교단 대의원들 사이에 불꽃이 튀자 박종덕 회장은 발언권을 제한하려 했으나 공방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통합측 한 대의원은 “교회협 제44회 총회 회의자료에 나온 제43회 회의록에 1994년 당시 총무 선임에서 총회에서 투표했고, 표결 결과 총무로 선임됐다”며 사례가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그것은 전례이지 관례가 아니다. 통합이 정 동의를 못하겠다고 하면 투표하는 것도 괜찮지만 적어도 이번에 투표행위를 한다면 좀 독해야 한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던 웃으면서 결과를 따른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투표는 좋지만 어떻게든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모습은 고수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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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장 통합측 대의원들이 정영택 총회장을 따라 총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통합측 “몽니”부리다 뜻대로 안되자 또 다시 퇴장

통합측에서 ‘법이요’가 제기된 이상 종전대로 총무 후보를 박수로 받는 관례는 따를 수 없게 됐다. 결국 박종덕 회장은 투표로 방향을 잡고 거수로 할 것인지 투표로 할 것인지 물었다.

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7개 교단의 지지를 받았는데 무엇을 주저하나. 법이다. 법의 정신에 따라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며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달라”고 요구사항을 다시 확인했다.

이렇게 거수가 아닌 무기명 비밀투표로 방향이 정해지고도 재적의 과반수냐, 출석회원의 과반수냐의 문제로 대의원들은 한 동안 공방을 주고받았다.

교회협 헌장 제4장 의결기구와 회의 제10조(정족수)에는 “총회, 실행위원회는 재적회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헌장세칙 제7장 선거의 방법 제24조 총무선거 1항과 2항에는 “1. 총무는 실행위원회에서 구성한 인선위원회가 단수로 추천한 후보를 실행위원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거하며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에 제청한다. 2. 인선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가 실행위원회나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였을 경우 인선위원회는 후보 인선을 다시 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통합측은 이 조항에서 총무 선임인 만큼 실행위원회에서와 같이 “재적 과반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실행위원회나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되어 있기에 총회에서도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대다수 대의원들은 “출석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장에 주목했고, 실행위원회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은 만큼 관례에 따라 총회에서까지 투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이 과정에서 통합측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총무 선출과정에 참여했던 다른 교단들이 불의를 따랐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반통합 정서가 팽배한 상황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통합측은 끝까지 처음 요구사항을 굽히지 않은 채 ‘무기명 비밀투표’와 ‘재적 과반수’를 요구한 것과 상반되게 다른 교단 대의원들은 통합측에 하나씩 양보하고 있었다.

처음엔 ‘박수로 받는 관례’을 양보해 투표를 하기로 했고, 둘째로 ‘거수’를 포기하고 통합측의 요구에 따라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마지막으로 감리교 신복현 목사는 출석인원의 과반수가 아니라 ‘재석 과반수’로 하자며 일치된 모습을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통합측은 다른 교단 대의원들의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선택으로 모두를 놀래켰다.

통합 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문제의 원인에 있어 우리 교단에 대해 몰이해하고 많이 몰아붙이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이 투표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 일 없이 그냥 물러가겠다. 잘 처리하시길 바란다”고 말하고 통합측 대의원들을 이끌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지난 실행위원회에서의 퇴장에 이어 통합측의 2연속 퇴장이었다.

박종덕 회장은 당황한 듯 급하게 정회를 선언하고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정 목사를 비롯한 여러 명의 통합측 대의원들은 총회장소를 떠났고, 단상 앞에서는 통합 이홍정 사무총장만이 다른 교단 대표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의원들은 통합총회 대의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이홍정 사무총장은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듯 했으나 결국 퇴장한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3시가 되어 총회는 다시 속회됐다.

통합을 제외한 8개 교단 대의원들은 ‘재적의 과반수’냐 ‘출석인원의 과반수’냐를 놓고 거수 투표를 진행했고, 1:절대 다수로 ‘출석인원의 과반수’로 결정됐다. 통합측이 퇴장하고 나자 회의는 거침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교단 총무들이 투개표 위원으로 즉석에서 선정됐고, 투표용지를 배부하면서 재석인원을 체크한 결과 총 인원 146명 중 116명 찬성, 27명 반대 3명 기권으로 김영주 총무가 인준됐다.

이어 각 교단 총무단이 모여 회장 황용대 목사를 비롯해 부총회장과 서기, 회계, 감사 등을 인선했고 회장 이취임식과 총무 이취임식이 잇따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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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감리교, 구세군 등 대의원들은 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에게 통합측이 돌아올 것을 설득하고 있다.
 

 

황용대 회장, 김영주 총무 취임

이날 회무를 진행하며 교단들 사이의 공방을 주관한 박종덕 사령관은 회장을 이임하면서 매우 지친 듯한 모습이었다.

박 사령관은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50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임하는 입장에서 행복하지는 않다”면서 “너무 무거운 짐을 황용대 회장님께 넘겨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 더 큰 지도력으로 교회협을 더 잘 이끌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임회장 황용대 목사는 “현 시대와 사회가 NCCK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음을 알기에 더 조심스럽다”면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가 보여주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 전체의 운동으로 만들어야 할 사명이 있다. 주어진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화합과 일치를 위해 힘쓰겠다”고 인사했다.

김영주 총무는 취임사를 전하지 않았다.

 

헌장개정 및 15개 위원회 사업 통과

임원개선 후 안건 처리에 들어간 총회는 프로그램위원회의 명칭을 변경하고 언론위원회를 신설하는 헌장개정안을 통과시키고, 2024년 교회협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또 “최근 교회협 총무 인선을 둘러싸고 헌장 및 세칙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헌장 및 세칙 연구위원회를 설치하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업무와 활동에 있어서 제도적으로 불필요하거나 충돌되는 조문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기장 총회가 제안한 ‘헌장 및 세칙 연구위원회’ 구성은 총무단에서 검토하여 실행위원회에 제출하여 다루기로 했다.

교회협은 이번 총회에서 15개 위원회의 사업계획안을 심의하고 통과시켰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기념사업 특별위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전체 한국교회의 유익한 자산임을 인식하고, 한국교회 안에 실제적 개혁운동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연합사업을 기획하고 주관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토론회와 교단간 교류, 2017년 한국교회의 날 개최를 목표로 세부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연계해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2017년 10월31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까지 다양한 주제들로 연 3회 이상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충실한 신학적 담론을 통해 교회개혁에 관한 95개 논조를 작성하고 5000인 목회자 서명 캠페인을 전개함으로 바른 교회를 세우기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들과 연대하여 교회의 내적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는 신축에서 건물매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2015년에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진입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이를 위한 활발한 모금활동을 전개한다.

교회협 회원교단 분담금을 지정하고, 비회원교단과 교회에 참여를 유도해 분담금을 지정하며, 후원의 밤과 설명회 등을 통해 총 100억 원을 모금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에 따른 주력사업들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교계, 학계,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등 다수 대중의 의견을 청취하여 정립하며, 한국사에 남겨져 있는 한국교회의 공과 과오를 찾아내고 분석하여 역사의 거울로 삼는 동시에 차후 역사문화관의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2015년 2분기에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정의평화위원회’는 공공성이 상실되어가는 사회를 향한 10대 개혁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고, 시급한 사안들로부터 하나씩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해 나가기 위해 ‘사회개혁 10대 과제 연구 및 실천’ 사업을 진행하며, 경제정의, 사회정의, 인권, 교육, 환경, 여성, 청년, 사회복지, 통일, 노인복지로 세분화해 정리해나가게 된다.

지난 회기 가톨릭과의 일치운동으로 인해 가장 주목받았던 ‘신앙과직제위원회’는 교회갱신을 위해 오늘 한국교회에 시급한 종교개혁과 신학의 정수를 정리하고 우선적 과제로 개신교 직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한국교회에 제안하기로 했으며,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는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와 협력해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일치기도회와 일치포럼,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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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선임된 회장 황용대 목사와 부회장 함동근 목사, 서기 신재국 사관이 함께 선서하고 있다.
 

 

100주년까지 남은 10년, 변화의 시간 되길

교회협은 이번 제63회 총회에서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 선언문을 발표하고 창립 100주년을 맞기까지 10년 동안이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시간이 되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았다.

교회협은 △우리는 하나님의 영을 따라 광야로 갑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변혁하겠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하여 사회의 정의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순례에 나서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이 일에 주님의 자비를 간구했다.

교회협은 특히 “지난 90년 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지키시고 인도하신 주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정위기, 교파이기주의, 신학적 대립, 교회의 양극화는 ‘오이쿠메네’ 정신, 생명 살림, 정의와 평화와 창조의 보전,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추구해온 전통은 물론, 미래의 비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이렇게 흔들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저희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을 통회하오니, 예수 그리스도께서 처음 시험받으셨던 광야에 저희를 세우소서. 모든 형태의 세상 권력을 거부하고, 오직 주님 말씀의 권위에만 순종하게 하시옵소서. 경제적, 종교적, 정치적 우상숭배를 배격하고, 오직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만을 섬기는 저희가 되게 하시옵소서”라고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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