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잠그지 않는 사람(1)

  • 입력 2020.11.12 14:2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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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자유분방한 딸은 엄마의 잔소리가 자신의 영혼을 가두는 쇠창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딸을 향한 아빠의 염려는 감옥이 되어 청춘의 날개를 펼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딸은 부모의 그늘에 가려서 웅크리고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었습니다. 부모의 그늘에서는 사는 것도 즐겁지 않고 먹는 것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분들이었기에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세상을 날고싶은 욕망에 끌려 집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딸이 가출한 후 아빠는 딸을 찾아 헤매다 병이 들었습니다. 딸을 찾지 못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엄마가 딸을 찾아 나섰습니다. 딸이 평소에 가고 싶어 하던 곳을 다 찾아다녔지만 딸은 없었습니다. 딸은 자신이 가고 싶어 하던 곳으로 가지 못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엄마는 이제 딸이 가고싶어 하던 곳이 아닌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딸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던 엄마는 자신처럼 딸을 찾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을발견하였습니다.

딸에게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엄마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글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을 써서 가는 곳마다 붙여 두었습니다. 딸의 사진을 붙이면 딸이 창피를 당할 것 같아 대신 엄마의 사진을 붙였습니다. 딸만 찾을 수 있다면 엄마는 가출한 딸의 엄마라는 소리를 들어도 괜찮고, 창피할것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딸은 부모의 그늘만 벗어나면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집을 나온 이후 단 하나도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고 싶었던 곳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었습니다. 자신을 날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염려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가출로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엄마가 자신을 원망할 것 같은 생각에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없었습니다. 딸은 자신이 지내고 있는 보호소에 걸려 있는 엄마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딸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과 집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초청되어 오신 목사님은 집을 나간 딸을 위해 자신의 사진을 걸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딸은 눈물이 쏟아져서 설교를 다 듣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목사님이 하시는 이야기가 바로 자기 엄마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저녁 늦은 시간이었지만 딸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먹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거실의 불은 켜져 있었고 문도열려 있었습니다. 혹시나 문이 잠겨 있으면 어떻게 할까를 염려했지만 딸은 열린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집안의 모든 문을 다 열어놓고 안방에서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딸은 조심스럽게 엄마가 잠든 안방 문을 밀었습니다. 조용히 엄마 앞에 선 딸이 속삭였습니다. “엄마 나 왔어!” 작게 말하는 딸의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천천히 눈을 뜨고 딸이 온 것을 확인하자 벌떡 일어나서는 딸을 끌어안았습니다. “잘 왔다! 잘 왔어! 왜 이제 온 거니? 얼마나 기다렸는데!”“미안해 엄마!”“괜찮아! 아무것도 미안해하지 마! 이렇게 돌아왔으니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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