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음을 얻어야

  • 입력 2014.11.27 10:4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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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 전에 성직자들의 흉중(胸中)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던 말 한 줄이 생각난다. ‘우리(성직자)의 도덕적 힘과 권위를 자동차회사의 상표에 종속되게 하지맙시다.’ 1999년에 작고한 브라질의 대주교이자 해방신학의 기초자인 돔 헬더 까마라(Dom Helder Camara)의 말이다. 자칫 흘려듣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깊이 음미해보면 이 짧은글 속에 긴 여운이 남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성직자들의 확고한 윤리관과 도덕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지금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둘러 말하자면 성직자들, 그 중에서도 우리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도덕적 힘의 회복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청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비록 한국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지은 죄, 곧 일찍이 일제치하에서의 신사참배라든가, 해방 이후 ‘반공’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북한 교회를 위한 기도에 전혀 무관심했음에도 지난 세기말, 시절이 바뀌자마자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내가 먼저’라는 깃발을 앞세워 북한 사역에 뛰어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에도 하나님은 언제나 사랑의 눈길로 보시고 용서하고 계시는 것 같다.그러나 문제는 이런 계속되는 하나님의 용서하심 앞에 교회가 생각하는 도덕적 기준이 흐트러져서일까, 하나님이 부어주신 물질적 풍요에 만족감이 넘쳐서일까,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되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어느새 물질적 타락의 표본으로 전락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이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항변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점점 ‘자동차회사의 상표 아래 권위가 종속되어가고 있다’고 말해도 변명의 말은 나오지 못할 것 같다.그런 우리에게 시급해 보이는 것은 성경의 말씀을 적절히 꿰맞추어 합리화하려는 수고보다는 세상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 즉 민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서야 어찌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백성으로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약발이 통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제 올해도 종언(終焉)을 고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한국 교회가 세워야 할 도덕적 힘과 권위를 어디에서 다시 회복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다가가는 한국 교회, 그리고 목회자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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