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길이 없어도 걷다보면 길이 될 것 믿어”

  • 입력 2020.12.06 08:30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jpg

“길이 없어도 걸어가겠습니다. 그러다보면 길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지난 12월 3일 한교총 대표회장에 취임하였습니다. 한교총 대표회장은 세 명인데, 법적 대표는 이사장 한 명입니다. 그런데 백석 교단 총회장이신 장종현 목사님께서 세 명이 대표회장을 하는 것을 반대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교총과 연합 활동하는 것을 행정보류 하셨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저는 그 어른을 찾아가서 사정사정을 하였습니다. “총회장님, 한국교회가 리더십의 부재로 얼마나 고초를 겪었습니까? 한국교회는 목사님 같은 큰 지도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행정보류를 푸시고 한교총에 들어와 대표회장을 맡아주십시오.”

저 혼자만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 아니라 김태영 직전 대표회장님과 함께 만나 간곡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저의 진정한 목표는 장종현 총회장님을 이사장 겸 실제 대표회장으로 모시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현존하는 지도자 가운데 가장 통 큰 지도자요, 섬김과 희생을 몸소 보여주셨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는데, 장종현 총회장님께서 갑자기 저에게 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특별히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더러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장종현 총회장님께서 맡아주시라고 또 간곡하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교계 연합기관을 통합하려면 온 몸으로 뛰며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소통과 공감을 해야 합니다. 또한 많은 오해와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종현 총회장님을 잘못 앞세웠다가 공연한 오해를 받게 하거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의 한교총으로도 좋은데 왜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돌이켜 볼 때 한국교회가 연합기관의 분열로 엇박자 리더십과 메시지를 냄으로써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었습니까? 연합기관과 단체들이 서로 엇박자 소리를 내고 다른 행동을 하니까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부정적 여론의 프레임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코로나 팬데믹 처치 시대에 원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고 원 메시지를 내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는 더 큰 참변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저는 내면에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윗사람을 모시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장종현 총회장님을 대표회장님으로 모셔야 하는데 또 현실을 감안하면 장종현 총회장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밀고 당기기를 여러번 하였습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등 떠밀려 제가 이사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인사말을 하는 순서도 장종현 총회장님이 제일 먼저 하시게 하고 사진을 찍을 때도 가운데로 모시고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할 때도 한 중앙으로 모셨습니다.

그래도 아쉬워서 오는 길에 장종현 총회장님 사무실을 들려서 이렇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총회장님, 정말 송구합니다. 저는 어르신의 그림자도 밟지 않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연합을 이룰 때까지만 제가 십자가를 지겠습니다. 그 이후에 더 크게 섬겨주십시오.” 앞으로 제가 걸어야 할 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많이 겪었는데 얼마나 더 많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야 할지요. 저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러나 오직 포스트 팬데믹 교회를 세우고 한국교회를 무너뜨리는 음부의 권세와 싸워나가기 위해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걸어갈 것입니다. 길이 없어도 걸어가다 보면 곧 길이 될 것을 믿으며 말입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