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티테디오스

  • 입력 2021.01.28 11:1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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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목사 (예수나라공동체)

“티테디오스 베드로!” “티테디오스 바나바와 바울!”

초대교회 성도들은 이름 앞에 꼭 ‘티테디오스(Titedios)’라는 말을 붙여 ‘결코 염려하지 않는 사람’임을 드러내었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목숨도 아끼지 않고 환경도 의식하지 않았다. 자기 집과 전답도 포기하고, 부모와 처자와 가족까지 다 주께 맡겼다. 실로 바나바와 바울은 주를 위해자기 목숨을 내놓았으며, 베드로는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고 선포하였다. 나는 병신년 정월 스무날 저녁, 개밥 줄 즈음에 광야로 던져졌다. 수중생물이 지상동물로 바뀌는 극적 순간이었다. 시커먼 무쇠가위로 탯줄이잘리고 명주실로 배꼽이 묶일 때, 낯선 지구촌 여정이 시작되었다. 순간 인상을 찡그리고 발버둥을 치며 앙앙 울어댈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잠재의식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처소는 다듬지 않은 통나무로 지어진 초가집이었다. 산과 강을 바라보는 언덕바지에 남향으로 아담하게 지어졌다. 20세기 초 할아버지가 손수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지었다. 100평 남짓한 정방형 대지 위에 10평가량의 오두막이었다. 본채는 사랑방과 안방과 부엌이, 아래채는 부엌을 가운데 두고 방과 외양간이 있었다. 마당 양쪽에 화장실과 아래채가 있었다. 동쪽에 배나무가, 동남쪽 모퉁이에 감나무가, 남쪽에 대추나무가, 남서쪽 모서리에 다른 배나무가, 아래채 옆 북서쪽에 텃밭이, 북쪽에 앵두나무가, 북동쪽에 고욤나무가 있었다.

화장실 뒤편 자투리땅에 돼지감자도 심겨 있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하고 아직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할 때, 감나무 밑에서 놀다가 쉴 새 없이 떨어지는 감꽃을 주워 먹었다. 생애 첫 외식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전능자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달콤한 외식의 재미를 맛본 그때부터 스스로 먹거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처마에 걸쳐놓은 갈대발속으로 살살 기어 들어가 메주콩 조각도 뜯어먹고, 길가에 다소곳이 피어난 제비꽃 열매도 까먹고, 울타리 밑에서 수줍게 자라난 딸기도 따먹었다. 아이들과 떼를 지어 다니며 밀이삭과 보리이삭도 비벼먹고, 목화밭에들어가 다래를 따먹다가 주인에게 들켜 쫓겨나기도 하였다. 가시덤불 속에서 찔레나무 줄기도 벗겨먹고, 뒷동산에 올라가 참꽃도 따먹었다. 개꽃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하였다. 칡뿌리도 캐먹고, 송구나무도 벗겨먹었다. 이름 모를 나무버섯과 풀뿌리도 누군가 먼저 먹기 시작하면 생사를 걸고다같이 먹었다. 설익어 시큼시큼한 똘배와 개복숭아도 마다하지 않았다. 짝짓기하는 잠자리도 잡아 구워먹고, 흰개미 집을 파헤쳐 핥아먹고, 굼벵이와 매미도 불에 거슬려 먹었다.

신작로 산기슭에 올라가 찰흙도 파먹었다. 개구리와 뱀도 잡아 구워먹은 아이들이 있었으나 나는 차마 먹지 못하였다. “믿음의 시작은 의심의 끝이요, 의심의 시작은 믿음의 끝이다!” 19세기 고아의 아버지, 조지 뮬러 목사의 말이다. 그는 독일인으로 영국에서 70년 가까이 살았다. 1898년 92세를 일기로 주님의 품에 안길 때까지, 66년 동안 1만 명 이상의 고아를 돌보며 5만 번 이상의 기도를 응답받았다. 그도 한때는 사회적 문제아요, 비행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상가장 많은 기도를 응답받은 믿음의 사람이 되었다. 기도가 만능은 아니지만, 임무를 수행하고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역사하심을 드러내신다. 실로 기도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만사의 기본이요,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래서 바울은 항상 기뻐하며 기도하라고 하였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립보서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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