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사랑의 내음

  • 입력 2021.02.18 10:1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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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목사.jpg

임동훈 목사 (예수나라공동체)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하나님의 뜻 안입니다.”

2019년 천국 여정을 시작한 워렌 위어스비 목사의 말이다. 그는 150권의 성경 강해를 쓴 저자이자 신학자로서 가장 존경받는 목사의 목사로 불린다. 초대교회의 아볼로처럼 성경으로 성경을 증거하고 반대자를 논박하여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 그가 빛의 이중성을 보았다. “사랑 없는 진실은 냉혹하고, 진실 없는 사랑은 위선이다.” 이른 봄날, 울타리 아래 살짝 언 눈꽃 사이로 다소곳이 솟아난 수선화싹을 보았다. 너무 신기하였다. 여자애와 소꿉놀이를 하였다. 기분이 야릇하였다. 제비꽃 열매는 이밥이고, 옹기조각에 갈아놓은 풀잎은 반찬이었다. 개나리 순으로 국수를 삼고, 그 잎으로 나물을 버무렸다. 갓 부화한 노란 병아리가 얼마나 앙증맞든지 넋 놓고 바라보았다. 어미닭이 20마리 새끼를 다 품어주며 키웠다. 어머니는 개와 닭은 물론, 돼지까지 식구로 여기며 돌봐주었다. 그들도 주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잘 따랐다. 그 모습을 보고, 청년 때 3개월간 양계장 실습을 받았다. 그리고 뒤뜰에 계사를 지어 몇 수의 닭을 키웠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사랑 없는 사육이 나태를 잉태하고 사욕을 낳았던바, 주님의 법칙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무더운 한여름, 개울가에서 땅 짚고 헤엄치며 물장구쳤다. 모래톱에 누워 일광욕을 즐겼다. 남자애와 여자애가 다 같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럼을타지 않았다. 어린 아담과 이브였다. 밤이면 반딧불이 잡으려고 어둠속을뛰어다녔다. 운동장에서 시소를 타며 마냥 즐거워하였다. 그때 하늘 높이솟구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탱자를 따고 싶었으나 방법이 없었다. 고즈넉한 가을이 무르익을 때, 푸른 하늘을 여행하는 흰 구름의 종착지를 찾다가 천국을 사모하였다. 새까맣게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하루살이와 잠자리의 거처가 심히 궁금하였다. 알알이 붉게 익어 한껏 고개 숙인 수수깡, 새까맣게 여물어가는 아주까리, 누렇게 늙은 담장 위의 호박과 지붕 위의 고지박, 깡마른 옥수숫대 사이를 스산하게 스치는 선들바람까지, 모든것이 내 마음을 일렁거리게 만들었다. 메뚜기와 방아깨비 잡으려고 황금들판을 뛰어다닌 기억도 아련하다. 사랑방 추녀와 변소 사이에 왕거미가줄을 치고 웅크려 있었다. 그날 해질 무렵, 그 시커멓고 징그러운 놈이 작고 예쁜 새를 잡아먹었다. 너무 무서워 변소에 가지 못했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고요한 아침, 들뜬 마음으로 일어나 눈사람을 만들었다. 운동장에서 눈싸움도 하고, 고드름을 따서 칼싸움도 하였다. 가장긴 고드름을 따기 위해 막대기를 들고 이집 저집 쫓아다녔다.

저수지에서 썰매도 타고, 강에서 얼음지치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썰매를 만들었다. 유달리 손재주 좋은 아이가 있었다. 더러는 그에게 부탁하기도 하였다. 굵은 철사와 대못, 각목과 판자때기를 구하러 동네방네 찾아다녔다. 새총을 만들어 참새도 잡았으나 나만 잡지 못하였다. 어릴 때부터 퍽이나자비를 원했던가 싶다. 2㎞쯤 떨어진 아랫마을에 판잣집 예배당이 있었다. 무슨 영화를 한다고해서 아이들과 함께 구경을 갔다. 예수님이 잔칫집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병자를 고쳐주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잡고 양떼와 함께 광야로 걸어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카리스마적 위엄이 풍겼으며, 이상야릇한 초월적 사랑의 내음이 내 심령 속을 파고들었다. 성탄절 전날, 교회 청년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선물을 준다고 홍보하였다. 그날 밤 아이들과 처음으로 교회에 갔다. 의미심장한 노래를 배웠다. 최자실 권사(목사)가 지은 성가였다. “소와 말과 개와 같은 짐승들도 / 제 집과 제 주인을 알건마는 / 우리 인생 어찌하여 주를 모르나 / 나오라 주 앞으로 / 천당의 영생 복 / 너에게 주리니 / 예수 믿으소.”‘내 안에 머물러 있어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물러 있겠다.’(요한복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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