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에 쓸 말(1)

  • 입력 2021.02.18 10:4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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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jpg

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매년 장모님의 기일에는 산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해서 올해도 우리는 산소를 찾았다.

끝도 없이 넓은 공원묘지에 수많은 산소들, 그 앞에는 각자 하나씩 묘비를 세워두고 있다. 고인의 묘지 앞에 세워지는 비석의 비문 한마디는 후세에 고인을 알려주는, 혹은 고인이 후세에 알려주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비석을 세우면 더 좋다. 그러나 공원묘지의 대다수 묘비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고작 망자의 종교와 자손정도일 것이다. 기독교인은 흔히 묘비에 자주 쓰이는 성경구절들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묘비를 만드는 곳에 메뉴얼이 있을 듯하다. 그것이 진정 고인이 남기고 싶은 말이었을까..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세상에 나는 단 한사람이다. 내 삶도 단하나의 삶이다. 그것에 맞는 나만의 묘비명을 미리 준비해서 남기면 더 의미 있는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우리들은 가정과 사회의 기대를 받고 교육을 받고 그래서 삶의 대부분의 시간들을 아니 어쩌면 전부의 시간들을 사회가 정한대로 일방적인 삶을 산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하고 당연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직업의 경우만 보아도, 우리는 직장생활을 25세에 시작해도 근 40년에서 50년 일을 하게 된다. 하루 8시간, 주 5일, 삶에서 얼마나 많은 세월을 직장에서 보내는 것인가. 그런데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혹은 하기 싫은 일이라면 돈을 벌고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희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일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직업은 안정 되서 돈 벌기 편한 것으로 선택하고 퇴근 후 혹은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동분서주 한다. 거기다 결혼까지 사랑보다는 서로의 조건이 맞아서 가정을 이룬다면 살아가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저 누군가 걸어가서 길이 된 곳을 그것이 길이라 믿고 뒤따라 걸어서 가듯이 그냥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살아온 삶, 그 삶을 마감한 지금 마지막 순간의 묘비명까지 남이 정해준다는 것이 왠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을보았다. 그 첫 번째 후회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는 때에 알게 된다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그렇게 살다가 죽을 때도 죽은 후에도 자기의 원함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거, 자기가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거, 그리고 마지막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준비 못한 허무한 삶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심방 가서 예배 때 좋아하는 찬송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그 사람의 현재와 신앙상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무엇으로든 나를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묘비에 남기는 글로, 나의 삶을 한 마디로 압축해서 나를 표현하도록 준비해 보자. 아직 묘비를 세울 날이멀었다 해도 미리미리 생각해 두면 어떨까. 그러면 좀더 좋은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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