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입력 2021.02.25 14:3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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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과 다르게 눈물이 많아졌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 다큐, 심지어는 노래 한 곡을 듣다가도 눈물을 훔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아내와 둘이서 무엇을 시청하다가 눈시울이 붉혀지면, 서로가 아닌 것처럼 멋쩍어하는 때도 있다. 한창 젊어서는 그렇지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상하리만큼 울보가 되었다. 이런 나 자신을 생각하다가 모 신문기사를 보고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 이어령선생 인터뷰이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과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화두는 ‘눈물 한방울’ 이라 했다. 종종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과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쿰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낀다. 어떤 때는 성도들의 어려움을 듣다가도 그럴 때도 있다. 『눈물 편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다산 정약용이 ‘죽란시사’라는 선비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어느 날, 그 모임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비싼 눈물을 흘린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중 하나가 고려말 문장가 ‘이색’의 눈물을 꼽았다. 이색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은둔생활을 했다. 아들은 무고로 형을 받고 죽었다. 68세 되는 어느 날 고향 여주로 갔다. 그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제자들이 찾아왔다. 이색은 제자들에게 함께 산에 놀이를 가자고 하고,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실컷 울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하면서 지난날의 서럽고 힘든 일을 이야기하면서 하루종일 통곡을 했다.

산 내려오면서 지은 시가 이렇다. “소리를 안 내려니 가슴이 답답하고/소리를 내려 하니 남의 귀 무섭구나/이래도 아니 되고 저래도 아니 되니/에라 산속 깊이 들어가/종일토록 울어 나 볼까?” 일종의 서러움의 눈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러움의 눈물이 아닌, 남을 위해 울어주는 눈물이다. 이 눈물은 같이 아파하는 눈물이요, 함께 마음을 나누는 눈물이다. 이 눈물은 그냥 눈물로 멈추지 않는다. 마음에 감동을 주고 움직이게 한다. 즉 어려움에 처한 사람, 불쌍한 사람을 향한 동정심과 무엇인가를 나누려고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요즘 새벽기도시간에 마가복음을 묵상한다.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중, 무리들이 예수께로 나와서 문제를 해결 받기 바랐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불쌍히 여기사, 측은히 여기사’이다. 예수님의 마음도 어쩌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모습을 보시고는 눈물을 흘리신 것이 아닌가? 싶다. 왜인가?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참 안됐다 하는 마음이 들면 첫 반응이 눈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또는 형편을 보게 되면 ‘참 안 됐네, 불쌍하다, 딱하다’ 라는 마음이 들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다. 이런 눈물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서러움에 북받쳐 흘리는 눈물은 나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눈물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과 다른 사람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자신의 서러움과 처지가 딱해 흘리는 눈물과 자책하고 회개하는 회한의 눈물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필요한 눈물은 다른 사람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최근에 들려오는 기분 좋은 뉴스 중 하나는 기업가의 기부 소식이다. 통 큰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을 보다가 읽었던 글에는, 주변의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위해 월세지원과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의 글도 있다. 이런 글들을 보면서 생각을 한 것은, 그 시작은 아마도 ‘눈물 한 방울’이 아닐까? 싶다. 주변의 힘 없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런 기부와 나눔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렵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게 되거나 감동이 되니, 울컥하게 되고 눈물이 나오고 마음이 움직여져서 기부와 나눔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은 인간 깊은 심성으로부터 나오는 주님의 세미한 음성이다. 될 수만 있다면 그 눈물샘은 마르지 않기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울보가 많아진다면, 아마도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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