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아이들은 수혜자 아닌 파트너, 엄마의 마음으로 정책을’

  • 입력 2021.03.04 22:55
  • 기자명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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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선임연구원, 유서구 교수, 김은형 과장, 남상은 팀장, 변현정 서기관, 신재은 센터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왼쪽부터)

팬데믹 선언 1주년 ‘가장 소외된 아동들의 목소리를 듣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이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1주년을 맞아 진행한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불평등 정책포럼’을 성황리에 마쳤다.

4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운 페럼홀에서 진행된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계 및 정부, 유관기관 주요 관계자들만 현장에 참석한 가운데 월드비전 공식 유튜브 채널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불평등 정책포럼’에서는 국내외 가장 취약한 아동들에게 팬데믹이 미친 영향을 돌아보고, 심화된 아동·청소년 불평등 현안과 해결책을 중심으로 발표하고 토론했다.

본격적인 포럼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 발제에서는 벨파스트 퀸스대학교(Queen's University Belfast) 브로나 번(Bronagh Byrne) 교수가 줌 플랫폼을 통해 ‘코로나19와 아동 불평등’을 주제로 연설했다.

코로나가 아동에게 미친 영향에 관한 글로벌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8개월 동안 137개국 8~17세 아동 2만62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와 코로나 상황에서 아동들이 주로 느낀 감정과 경험, 아동들의 삶과 관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발표됐다.

장애아동이느끼는 감정 300.png

브로나 번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전 세계 아동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지루함, 걱정, 행복 순이었고, 장애아동들은 지루함, 걱정, 스트레스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일수록 더 많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며 “특히 장애아동과 난민신청 아동, 이주 아동 등 특정 그룹의 아동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그룹의 아동(경제적 상황이 이전보다 나빠졌어요)100.png

브로나 번 교수는 “무엇보다 우려할만한 점은 코로나가 특정 그룹의 아동, 기존의 취약아동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돈이 부족해졌다’에 이주 아동은 58%, 난민신청 아동 56%, 장애아동은 46%가 ‘그렇다’고 답해 전체 아동 41%와 차이를 보였고 ‘코로나로 인해 음식이 부족해졌다’에는 전체 아동 20%만이 ‘그렇다’고 응답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난민신청 아동 40%, 이주 아동 38%가 ‘그렇다’고 응답해 큰 차이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61%의 아동이 지금보다 ‘코로나 이전에 더 나은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며 “많은 아동들이 온라인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컴퓨터 등이 잘 갖춰져 있지 않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과 함께 교육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브로나 번 교수는 코로나 시대 아동 불평등 해결을 위한 제언으로 “아동 불평등 해소를 위해 △아동권리 기반 접근을 적용한 체계와 기준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측정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동의 참여 보장해 아동의 다양한 의견, 목소리에 경청 △취약계층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친화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 마련 △아동 경험의 다양성을 인정해 아동 개별 특성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조 발제에 이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래생태연구실 서정아 선임연구위원이 코로나19 확산 및 이후 사회 변화에 따른 청소년 정책의 대응 방안 연구를 통한 ‘코로나19와 국내 위기 청소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자료를 찾다가 굉장히 마음에 와닿는 글을 보게 됐다. ‘아이들의 꿈에도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 졌다’는 말”이라며 “코로나 방역지침을 지키다 보니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서비스나 지원에서 소외됐다.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보면 ‘한 명의 아이도 누락시키지 말자’라는 말이 있는 데 너무나도 많은 아이들이 누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가 위기이긴 하지만 코로나를 위기,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글을 인용하며 발표를 마쳤다.

다음 발표자로 나선 국제월드비전 분쟁 취약국 애슐리 러벳(Ashleigh C. Lovett) 정책 선임고문은 ‘코로나19와 해외 취약아동’을 주제로 코로나19가 분쟁 피해 아동 및 여아 등에 미친 영향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애슐리 러벳 정책 선임고문은 “전 세계 취약국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월드비전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취약 및 분쟁피해 지역 아동의 건강과 안전, 미래 등에 미치는 즉각적,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팬데믹 이전에도 강제 조혼, 유해한 노동, 무장단체 징집, 성 착취, 체벌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던 분쟁피해 지역의 아동들에게 코로나19는 더 큰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가정 밖 청소년, 로힝야·시리아 난민 아동, 보호자, 현장 구호활동가 등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도 전했다.

요르단의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시리아 난민 아동인 압델라만(14)은 “코로나19로 학교와 구호기관들이 문을 닫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 평범하게 공부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현장 구호 활동가인 장미희 소장(가정 밖 청소년 쉼터)은 “우선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생기면서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졌고, 막상 쉼터에 들어와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때문에 다양한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가정 밖 청소년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현황 조사를 통해 보다 유연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영상 이후 진행된 토론에는 월드비전 옹호&시민참여팀 남상은 팀장을 좌장으로 여성가족부 청소년 자립지원과 김은형 과장, 외교부 개발정책과 변현정 서기관을 비롯해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서구 교수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OCC) 정책교육센터 신재은 센터장이 참석했다.

토론은 ‘단 한 명의 아동·청소년도 소외시키지 않는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주제로 국가와 정부·시민사회 등의 역할을 나누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유서구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과)는 “코로나19 대응이 경제 및 성인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장 취약한 아이들의 위기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규모와 대상 범위 고려 시, 아동·청소년들의 실질적인 필요와 기대를 포용해야 한다”고 토론의 의의를 밝혔다.

신재은 센터장(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은 “우리 모두에게 코로나19는 아픈 상처이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어느 나라에 사는지, 어느 지역에 사는지, 남아인지 여아인지, 장애가 있는지에 따라 그 어려움은 누적되고 가중되는 것을 보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아이들을 수혜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에서 오늘 이 행사를 진행하셨는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파트너들, 그 파트너들의 의견들을 하나도 듣지 않고 이 행사를 준비할 수 없을 것이다. 계속 체크하고 물어보고 했을 것인데 아이들이 파트너이면 아이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아이들이 수혜자이면 물어보지 않게 된다. 물어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할 수 없고 아이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정책과 지원을 하게 된다. 거기에서 갭(차이)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오늘 발표 중에 볼리비아의 한 어린이가 말했던 ‘엄마의 마음으로 법 제도, 정책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말이 저는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로 우리 정책을 다시 봐야 한다. 아이들이 이런 정책을 현장에서 만났을 때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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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불평등 정책포럼’에서 환영사를 전하고 있는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

한편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은 환영사에서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위기는 민주적이지 않다”는 말을 인용하며 “코로나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TV에 보면 소상공인 등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다. 아이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른들은 그래도 버틸 수 있지만 아이들은 아예 힘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 위기가 심각하다. 아이들이 바로 다음 세대이고 우리의 미래를 끌고 갈 사람들이다. 미래는 어린아이들에게 달려있다”며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걱정했다.

조 회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마련되고, 아이들의 안전하고 밝은 미래가 확보되길 기대한다. 월드비전도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아이들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월드비전과 함께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남인순 의원, 박완주 의원, 이재정 의원, 이수진 국회의원(비례대표)이 함께 주최하고, 외교부와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며,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의 협력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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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선임연구위원, 신재은 센터장, 이수진 의원, 남인순 의원, 조명환 회장, 김현철 원장, 변현정 서기관, 유서구 교수, 유현동 사무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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