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의 시간

  • 입력 2021.04.02 10:1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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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한 기자가 잠시 모든 것을 떠나고 싶어 도망치듯 비행기를 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날아갔다. 숙소 문에 자가격리 스티커를 붙이고 비로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기자는 이틀이 채 되기도 전에 사람이 그리워져 탄산음료를 배달시키고 문 앞에 두고 가는 인기척에도 반가웁더란다. 정말 자신이 찾고 싶었던 것은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자신이었음을 고백한다. “이제 당신에게 물어볼 때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차례입니다”란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미처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마음들, 내면의 상처들, 자신을 위한 시간들, 자신과의 진심 어린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한다. 유대인들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은 예수님은 때로 조용히 그곳을 떠나 ‘빈 들’을 찾으셨다. 새벽에도 저녁에도, 심지어 자신을 찾는 많은 사람들도 ‘빈 들’에서 만나셨다.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서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1:35) 모세도, 다윗도 모두 ‘빈 들’의 사나이였다.

그들은 빈 들에서 숱한 시간을 보내며 하나님과 대화하며 인생의 어려운 과정들을 풀어갔다. 예수님을 예비한 세례요한 역시 빈 들, 광야에서 외치는 자였다. 왜 아무도 없는 고독한 빈 들이었을까? 고독했기에 그곳은 그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방해 없이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도 빈 들에서 이 땅에 온 목적과 사명 곧 하나님 나라의 선포와 회개와 구원을 생각하시며, 하나님과 교제하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대신하여 그 죄의 값을 위해 자신이 져야 할 십자가를 감당할 새 힘을 얻는 시간이었으리라. 개척을 하고 3년이 되던 어느 날, 몸에 열이 나고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검사를 한 의사 선생님은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 보길 권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대학병원에서의 검사 결과는 ‘간 농양’이라 했다. 생각보다 심각하여 검사하러 갔다가 급히 입원하여 시술을 통해 치료를 받게 되었다. 마음은 급하고 빨리 나가서 해야 할 교회의 사역들이 많아 의사의 우려의 눈길을 외면한 채 일주일 만에 퇴원을 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교회 사역을 소화해 내다 주일이 지나고 열이 올랐다. 병원에 갔더니 항생제도 말을 안 듣도록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입원을 하여 두 달을 꼼짝 없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조급함이 키운 병이었다. 그 두 달은 나에게 ‘빈 들’의 시간이 되었다.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나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 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하나님이 주신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난 그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건강의 회복과 함께 그때 ‘빈 들’의 시간을 보낼 장소를 찾다가 한 기도원을 찾게 되었다. 그때 이후 지금도 매주 하루를 기도원에서 ‘빈 들’의 시간을 보낸다. 그 빈 들에서 광대하신 주님이 작은 나를 만나 주신다. 빈 들은 말씀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며 나의 영이 채워지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의 시간이 많아졌다. 이 또한 주님이 허락하신 ‘빈 들’의 시간이요 선물이 아닌가 싶다. 다른 이들을 챙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 가끔씩은 나를 돌보고 적절히 나 스스로의 얘기를 드러내는 빈들로 가서 주님과 친밀함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쉼이요 평강이요 채움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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