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과 무응답의 차이(1)

  • 입력 2021.04.02 10:4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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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jpg

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즈음 우리가 사는 건물이 매매 되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새로 건물을 산 주인이 오더니, 잔금을 줄 돈이 부족해 가게를 전세로 놓아야겠다고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했다. 겨우 조금 안정된 생활의 터를 잡았는데 올려줄 돈이 어디 있으며 일백만 원을 가지고 어디로 가란 말인가?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얼마나 막막하고 서러웠던지, 그간의 힘든 것들이 다 차올라 아내는 엉엉 소리 내어 마냥 울었다. 집주인 아주머니도 우리가 딱하고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분도 돈이 없으니 우리의 형편을 보아줄 처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우리에게 교회를 맡기고 선교를 하러 가신다던 목사님이 일단은 다시 돌아오신 상황이라 교회도 새로이 섬길 곳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 겹치게 되었다. 교회가 정해져야 교회 곁으로 이사를 할 텐데, 당장 어디로 이사를 해야 할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이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아무런 계획도 선택도 하지 못한 채 나는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며 기도만 하고 있었는데, 응답이 오지 않아도 시간은 머물러 주지 않고 똑같이 흘러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응답을 받지 못한 채 기도만 하다가, 어느덧 가게를 비워 주는 날이 되어 우리는 짐을 들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이제 더는 머뭇거릴 수도 없이 나가야 하는 오후가 되어가고 있을 때, 동기 전도사님이 지나는 길에 들렀다가 대책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우선 당신 교회로 가서 임시로 지내며 천천히 갈 곳을 구하라고 하셨다. 그분은 부천 자유시장 입구에서 2층에 조그마한 개척교회를 하고 계셨고, 교회 안에 한쪽을 막아서 사택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일단 그곳에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었고, 염치도 차릴 상황이 아니었다. 임신 중의 몸으로 어려운 개척교회에 얹혀살게 된 아내도 힘들었지만, 개척교회 살림에 좁은 사택에서 우리들을 먹이고 재워주신 그 교회 사모님도 참 쉽지 않은 일이셨으리라.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다. 한 보름 그곳에서 지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기도하는데 하나님은 자꾸 개척하라는 응답을 주셨다. 아직 나는 전도사로 신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가진 거라곤 일백만 원 보증금이 전부인데 방이라도 한 칸 월세로 얻을 마음을 주시지 않고, 개척하라는 응답만 자꾸 주시니 나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워 누구에게 의논도 못 하고, 정말 막막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순종하는 것은 이렇게나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임을 너무나 확실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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