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가자지구, 한국교회 성금 지원

  • 입력 2014.12.12 10:07
  • 기자명 크리스천기자협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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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희망이 필요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도움에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50일 전쟁)의 포화 속에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한국교회가 성금을 지원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디아코니아(WD·이사장 오정현 목사)는 지난 8~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빈민가인 제툰(Zetoun) 지역에 위치한 ‘라이트하우스초등학교(lighthouse elementary school)’와 폭격 지대인 자발리야 마을을 전격 방문, 희망을 잃은 가자지구 어린이를 위한 교육 지원금과 긴급구호금 4000만원을 후원했다.

이번 지원은 WD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펼치고 있는 서아시아 난민 사역의 하나로 올해엔 거대한 감옥이 돼버린 가자지구 주민들의 교육과 구호를 위해 후원금을 전달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방문하거나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원금 전액은 사랑의교회가 지원했다.

현장을 방문한 정병화 WD 기획팀장은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과 수없이 전쟁을 치르면서 미래를 꿈꿀 수 없을 정도로 절망 속에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학교 교육이 절실하다고 판단,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금은 지난 ‘50일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학교와 도서관 시설 복구, 교육비 지원, 긴급구호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원 활동은 가자지구를 돕는 국제지원단체인 ‘크리스천미션투가자(Christian Mission To Gaza·대표 한나 마사드 목사)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9일 만난 라이트하우스초교 파이자 아이야드(67·여) 교장은 “외부 왕래가 불가능하고 일할 곳도 없는 가자지구 어린이에게 교육은 미래를 위한 유일한 희망”이라며 “한국교회가 이곳까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우스초교는 50일 전쟁 중 인근 모스크에 떨어진 폭격으로 교사(校舍)의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벽에 폭탄 파편이 튀는 등 피해를 입었다. 휴전 석달이 지난 지금은 파편 구멍을 시멘트로 채우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복구가 됐지만 일부 깨진 유리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전기 공급도 제한돼 있어 하루 8시간씩 전기가 들어오는 실정이다.

상당수 교사와 아이들 역시 폭격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입었다. 자이드(9)군은 지난 8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두 살 위인 형을 잃었다. 지붕 위에서 놀던 형이 폭격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이다. 자이드는 이후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학교에 나와도 매일 울면서 ‘형이 어디 갔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이날도 학교에 나와 있었지만 눈에 초점이 없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10여명이나 된다고 교사 슈크리에(40)씨는 말했다.

아이야드 교장 역시 전쟁 당시 긴급 피신해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아파트 4층에 살던 그는 지난 8월 초 10층에 첫 폭탄이 떨어졌다. 깜짝 놀라 방을 급히 빠져나왔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정확히 1분 뒤 두 번째 폭탄이 4층에 떨어졌다. 그는 폭격 당시를 떠올리며 “아직도 몸서리가 처진다”며 “매일 매일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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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교에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28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쟁이 언제 있었냐는 듯 천진난만했다.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던 아이들은 WD 관계자가 다가가자 손을 흔들며 웃었다. 교실을 방문해 인사하자 “중국인이냐, 쿵푸 할 줄 아냐”며 묻기도 했다. 고학년 여학생 중엔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가족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반가워 했다. 교실 입구의 벽에는 ‘물은 생명을 준다. 교육은 생명이다(water gives life, education is life)’ 는 표어를 써놓기도 했다.

이 학교는 2004년 하나님의성회(Assembly of God) 소속 미국인 선교사 존 카르톡이 세운 사립학교다. 학생들은 모두 무슬림 가정 자녀들이지만 교사의 80%가 크리스천들로서 선교적 목적으로 설립했다. 학교는 국제오픈도어선교회 등 단체들이 후원해왔으나 이·팔 갈등이 고조되면서 선교사들이 떠나거나 후원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WD 방문팀은 이날 집중 폭격을 당했던 자발리야 지역을 돌아봤다. 이스라엘 국경과 마주한 이곳은 폭격 당시 거리 전체가 파괴됐다. 휴전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복구는커녕 정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모스크 인근의 땅에는 깊이 7미터, 사방 20미터 정도의 폭탄 구멍이 커다랗게 생겼고 구멍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해있었다. 아파트와 빌등 등 건물의 잔해는 산산조각 난 채 폐허로 변해있었다.

이 동네에 산다는 아흐메드(23)씨는 “폭격 당시 도망치지도 못하고 당한 사람이 많다”며 “생존 주민들은 텐트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에 산다는 것 자체가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남서부,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의 지중해 해안을 따라 길이 50㎞, 폭 5~8㎞에 걸쳐 가늘고 길게 뻗은 총면적 362㎢에 이르는 지역이다.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인구는 180만 명으로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거점 도시이다. 기독교인은 1300여명으로 0.07%에 불과하다.

7월 8일 시작된 이팔 분쟁은 8월 26일 장기 휴전에 돌입하면서 교전은 멈췄다.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는 2100여명의 사망자와 1만100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휴전협상에 따라 구호물품과 건설자재의 가자지구 반입이 속개되고 있지만 피해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사진=크리스천기자협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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