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의 성탄 트리

  • 입력 2014.12.12 14:1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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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의 건의를 받아들여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북한 땅이 건너다보이는 작은 봉우리 애기봉(愛妓峰)에 올해 성탄 트리의 설치를 허가했다는 소식이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0월 대한민국 해병대사령부가 비공개로 애기봉 철탑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높이 54m짜리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안보 공원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던 국방부의 발표에 이 땅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낸 바 있다.

 

우리가 애기봉 성탄 트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남북한 간 휴전협정에 조인한 이래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인들의 소망이 담긴 상징물로 해마다 불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애기봉 성탄트리는 곧 평화의 왕으로 오신 주님의 탄생소식이 북녘 땅 동포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기독교인들의 사랑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것은 어제오늘에 세워진 갑작스런 시설물이 아닌, 자칫 다음 세대에 가서는 잊혀 질지도 모를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아픔을 말없이 전해주는 또 다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기봉에 성탄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불을 밝혀 온 역사는 곧 휴전 이후 우리가 겪었던 남북간 갈등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듬해인1954년 소나무에 등을 달아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 그 효시이며,1971년, 바로 두 달 전에 철거된 30m 철탑이 세워졌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4년남북이 정치적으로 합의한, 이른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단을 명분으로 무려 7년 동안이나 애기봉에 등불을 밝히지 못했던 아픈 역사도 있다.

 

애기봉에 다시 성탄 트리가 세워진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이를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인사들이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 이 트리가 종교적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도 일부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종교계와 사회단체 등에서 나온 말이다.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주님의 탄생 소식을 전하고, 아울러 북녘 땅에 하루 속히 평화가 ````오기를 염원하는 숭고한 뜻이 종교적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무엇이 종교적이냐고 되묻고 싶다. 바라건대는 올해도 그러하거니와 앞으로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룬 후에도 성탄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도구로 애기봉은 계속해서 쓰임 받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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