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백석 총회장 한 목소리로 교단 통합 선포

  • 입력 2014.12.16 22:1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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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장종현 총회장과 대신 전광훈 총회장이 '통합선언' 후 1500여 목회자들 앞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예장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과 대신(총회장 전광훈 목사)의 통합선언총회가 16일 천안 백석대학교회 백석홀 대강당에서 개최돼 양 교단이 통합되었음을 선포했다.

백석에서는 700여 명의 목회자가 참석했고, 대신에서는 570여 명이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했다. 특히 대신측 증경총회장 8명과 부서기를 제외한 전 임원이 참석해 교단 통합을 향한 두터운 지지층을 과시했다.

이날 대신과 백석은 통합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통합총회를 개최하고 내년 9월까지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함께 단상에 선 전광훈 총회장과 장종현 총회장은 한 목소리로 “이제 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와 백석총회가 분열된 한국교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한 번 부흥을 이루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자 2014년 12월16일 양 교단이 통합되었음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선포”했다.

통합선언에 나선 장종현 총회장은 “지난 130년 동안 한국교회는 놀라운 양적 부흥을 이루었지만 신학이 사변화되고 물량주의와 기복신앙이 깊숙이 침투하면서 교회의 거룩함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면서 “이에 대신과 백석 양 교단은 한국교회에 아픔으로 남아 있는 ‘분열’의 죄를 회개하고, 갈라진 교단을 하나로 모아 열정적인 선교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오늘의 교단 통합은 한국교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통합이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만 올려드린다”고 말했다.

양 교단은 이날 발표한 통합선언문을 통해 양 교단의 통합이 모든 교회에 감동이 되고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의 분수령이 되기를 염원했다.

이들은 “예수님의 대제사장적 기도인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소서’(요17:11)라는 말씀은 지금 우리 한국교회를 향하신 기도이자, 요청이요, 명령이심을 믿는다”면서 “이에 우리는 시대적 사명에 따라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와 백석총회가 하나가 된 것을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교단 통합의 역량을 대외적으로 발휘, 분열된 한국교회를 치유하고 갈라진 연합사업의 회복을 위해 나설 것이며 나아가 한국교회사의 중심에 서는 교단으로 도약해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며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빛과 소금이 되고, 세계 열방을 변화시키는 원대한 비전에 동참할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양 교단은 통합선언문에 백석과 대신이 추구하는 가치도 함께 담아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개혁주의생명신학으로 하나님 나라의 인재를 세우고 목회현장을 건강하게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한우물’ 정신을 이어받아 개척하고 자립하는 총회로 자랑스러운 이름을 널리 알리며 땅 끝까지 하나님의 복음이 이루어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예장통합 정영택 총회장과 예장합동 백남선 총회장, 기성 이신웅 총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교단 통합을 이뤄낸 두 교단에 축하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정 총회장은 “우리 교회 지도자들이 다시 한 번 교회만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교단 이름을 붙여서 주님의 몸을 갈가리 찢고 있지만 주님은 오직 ‘내 교회’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주님이 마지막으로 기도하신 ‘저희로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라는 말씀대로 이루신 여러분에게 귀한 존경과 축복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백 총회장은 “장로교가 350여개로 분열됐지만 모두 교권 때문에 나눠졌지 진리 때문에 나눠진 것은 손가락에 꼽는다”며 “앞으로도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많이 미치시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무궁하게 발전하길 축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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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석과 대신이 이날 ‘통합선언총회’를 개최했으나 이것이 ‘통합총회’인지 ‘통합을 선언하는 총회’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백석대학교 정문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통합총회’라고 명시돼 있고, 행사장에도 ‘대신-백석총회 통합감사예배’라고 적혀 있으며, 양 교단 총회장이 함께 “양 교단이 통합되었음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명백한 두 교단의 통합총회다.

반면 장종현 목사의 ‘통합 선언’에는 “대신총회와 백석총회가 통합을 선언”한다고 되어 있고, ‘통합선언문’에도 “역사적 통합을 선언하는 바”라고 적고 있다.

대신측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오늘이 통합총회인가, 통합선언총회인가”를 서로 묻는 장면도 목격되는 등 일부 목회자들은 이날 자리의 의미를 헛갈려 했다.

양 교단이 통합을 추진하면서 특히 대신측에서 ‘통합총회’냐 ‘통합선언총회’냐를 두고 진통을 겪었지만, 정작 이날 행사에서는 이 두 가지 의미가 뒤섞여 혼란을 야기했다.

 

수호협, 통합총회 불법 규탄 ‘아름다운 분열’ 준비

 

같은 시간, 백석과의 교단통합을 반대하는 대신총회수호협의회(공동위원장 안태준 목사, 허식 목사, 오형석 장로, 이하 수호협)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별도의 기도회 및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25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해 통합선언총회를 불법이라 규탄하며 대신의 정통성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정기총회에서 교단통합전권위에 통합 추진을 맡겼는데 총회장이 전권위를 무력화시키고 총회 임원회까지 포함한 확대전권위를 통해 주도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오늘 개최한 행사도 말로는 통합선언총회라 해놓고 실제로는 통합총회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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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의대회에는 대신측 통합전권위원 13인 중 임영설 목사와 송홍도 목사, 이상재 목사, 이정균 장로 등 4명이 참석했다.

임영설 목사는 “지난 12월5일 전권위 회의에서 ‘8개항 합의문’이 다뤄졌으나 찬성과 반대가 7:5로 나타나 서명한 이들이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총회장이 임원들도 들어오라고 하여 총 14명이 서명하자 3분의 2를 넘었다고 주장했다”면서 “전권위에서는 합의안에 동의하는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서명했을 뿐 통합을 결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교단 통합을 하려면 우선 전권위에서 통합을 결의하고 내년 9월 총회에 보고한 뒤, 총대들의 허락을 얻어야 노회 수의를 거쳐 추진할 수 있다. 지금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백석은 역사만 지키고 다 내어주더라도 수적으로 우세에 있으니 나중에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통합 이후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드려진 예배에서 갈라디아서 6장13~15절을 본문으로 ‘대신의 자랑 십자가’ 제하의 말씀을 전한 김상록 목사는 분열을 감수하고라도 대신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목사는 “오랫 동안 함께 섬겨온 동역자들의 마음 속에 장벽을 만드는 일이 10여년 째 이어져오고 있다”며 “큰 것과 명예를 좋아하는 이들은 더 이상 분열의 아픔을 자아내지 말고 조용히 가라. 우리는 이 아픔을 감수하고 십자가만을 자랑하는 대신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호협 총무 류기성 목사도 경과보고에서 “우리는 총회임원회에 ‘법과 절차를 지키고 교단이 분열되지 않게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총회임원회는 계속 불법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며 파행을 일으켰다”며 “갈등의 골이 깊지만 우리는 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설령 이것이 분열의 시작점이라 할지라도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아름다운 분열’로 남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과의 통합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로 갈라선 대신 총회는 수호협의 결의대회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미 분열을 예감하고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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