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방치할 것인가,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

  • 입력 2021.06.01 16:4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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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갈등을 혼수로 가져온다. 미성숙한 상태로 결혼한 부부의 갈등은 필연적”

부부사이 가장 빈번한 갈등, 투사적 동일시와 원시적 방어기제

방어기제를 잘 다루려면 상대방의 과거가 어떻든 존중해야

서로의 방어기제 존중하기 위해 ‘반영적 경청’ 사용 권장

“상담을 받으라. 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소통의 부재와 가정 폭력 등으로 위기의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건강하고 성경적인 가정을 세워나가기 위한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가정사역 온라인 공개특강이 시작됐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5월30일 할렐루야교회 유튜브 채널에서는 할렐루야상담센터 최명균 박사(정신분석 전문가)가 ‘위기의 부부’를 주제로 강의했다.

최 박사는 “모든 부부는 미성숙한 상태로 결혼한다. 신혼과 중년, 노년의 단계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경험하고, 언제라도 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며 “부부생활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졌는지, 함께 노력함에도 무엇이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최 박사는 “근본적인 원인의 기저에 남편과 아내의 각자의 심리적 요소를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원가족에서 성장하면서 경험한 정신적 외상과 결핍에 따른 미성숙과 미분화 등 심층적인 현상이 바로 그것”이라며 “성장과정에서 원가족 내에서의 관계 경험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경험이 부부관계에서 그대로 적용된다”고 했다.

이어 “누구나 관계를 하는 특정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관계적 패턴이 상대방의 패턴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어느 부분에서 삐걱거리는지, 나의 성장배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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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우리 모두는 갈등을 혼수로 가져온다는 말이 있다. 원가족에서 미성숙한 상태로 성장해서 결혼한 부부는 갈등이 필연적”이라며 “부부관계에서 우리가 진실로 상대방을 알아가는 만남을 가지고 싶다면 성장과정에서 억압된 것들이 결혼 생활에서 어떻게 얽혀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최 박사는 “위기의 부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부는 먼저 원가족으로부터 무의식 속에서 지속시켜온 갈등이 현재의 문제상황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통찰한 다음,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원시적 방어기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좋은 것은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하지만 싫어하고 불편한 감정들은 내 것이 아니라며 밖으로 투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을 상대방에 투사하여 그것을 비난하고 부인하는 방어적 행동으로 정서적 폭력이 일어나게 된다. 부부간에 가장 빈번하게 오가는 갈등이 바로 이러한 투사적 동일시와 원시적 방어기제로 인한 것이다.

최 박사는 “방어기제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불편함을 피해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매커니즘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방어기제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작동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투사는 무엇일까. 최 박사는 “배우자는 단지 궁금해서 ‘왜?’라고 물어본 것인데, 상대방은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듣는 경우가 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그렇다’며 자신이 화낸 탓을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이것이 투사다. 속담에 방귀 뀐 놈이 화낸다는 경우가 이것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대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어기제”라고 했다.

최 박사는 “이럴 때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 상대방은 자신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라며 “상대방이 과거에 어떤 어려움으로 현재의 방어기제가 생겨났는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예로 아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입장에서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남편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기만 하는 경우에는 아버지에 대한 대상 투상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힘들 때 남편인 배우자에게 투사하여 감정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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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박사는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인식하기 쉽지 않다. 아내는 나쁜 아버지의 상을 남편에게 투사하고, 남편은 그 모습과 자신을 자기도 모르게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면 투사가 증폭되어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극한 갈등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남편은 점점 무능하고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방어기제로 알콜이나 게임중독으로 흐를 수 있다”고 갈등의 흐름을 전개했다.

반대로 “겉으로는 아내가 남편에게 적대적인 요구나 불평과 불만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아내도 남편을 비난하면서 아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원가족의 친정어머니처럼 의지할 것 없고 부족한 사람으로 느껴져서 괴로워하고 절망하기도 한다”고 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발현되는 방어기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다루지 못하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고, 갈등이 갈등을 낳아 심각한 가정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일깨움이다.

최 박사는 “부부 각자가 방어기제를 성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방어기제를 인식하고 거리를 두고 마주할 수 있다면 조금씩 부부간에 소통이 이뤄지고, 친밀감도 형성될 수 있다”고 도전했다.

먼저 최 박사는 “상담에 오시는 분들에게 자신이 자주 쓰는 방어기제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몇 가지는 인식하고 있다. 부부가 서로의 방어기제를 잘 다루려면 자신과 배우자의 다름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힘든 삶이었든 평탄한 삶이었든 지난 과거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방어기제를 길들이기 위해 서로 돕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낯설었던 부분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돕는 모드로 들어가면, 방어기제가 나올 때 상대방에게 투사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방어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부탁으로 요청할 수 있는 단계까지 다다르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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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박사는 “사실 싸움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부부 사이에 잘 이뤄진다면 돕는 베필로서 최고의 치료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어기제가 준비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이나 피곤할 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상대방의 방어기제가 나의 깊은 상처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때는 더 힘들다”면서 “방어기제를 존중하기 위해 부부가 대화할 때 ‘반영적 경청’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반영적 경청이란 상대방이 말한 것을 그대로 재진술하는 것으로, 말을 다시 반복해서 돌려주는 것이다.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는데 있어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핵심인 만큼 이 방법이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최 박사는 “자신의 배우자가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정하고 수용하면 상대방은 정서적으로 안정하게 되고, 심리적 공간이 생겨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스스로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최 박사는 “상담에 오는 많은 커플들이 부부갈등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면서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80% 이상이 상대방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며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은 영적으로 선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마음을 리셋하는 시작점이 된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자신을 먼저 살펴보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서 상대방을 담아줄 때 상대방도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부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계의 변화를 추구하는데 희망을 잃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달라지고 있는 작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견딘다고 성경은 말한다. 부부는 오랜 세월을 함께 믿고 견디는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부부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 최 박사는 “오래된 상처와 깊이 묻어둔 것들을 드러내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이런 상처와 갈망을 드러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통합된 자아를 향해서 정서적으로 자율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상담을 받으면 자신의 어떤 말과 행동이 상대방의 불안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다. 수년간 쌓여온 갈등이 상담 몇 번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직면하고 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용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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