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연합기관 향한 열망,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텐가

  • 입력 2021.06.07 09:5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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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로고 큰거-tile.jpg

이합집산(離合集散), 사분오열(四分五裂), 자중지란(自中之亂)……패가망신(敗家亡身)

한국교회가 지나온 길이자, 결코 다다르지 말아야 할 종착점이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자화상은 어떤가. 교회들은 개교회주의에 빠져있고, 교단들은 집안 다툼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 성도들은 교회 다니는 걸 부끄러워하고, 그렇게 한국교회는 내부에서조차 외면받은 채 표류하며 세상 속에서 떠밀리고 있다. 죽은 자식 뭐 만진다고, 과거 찬란했던 한국교회의 역사만 들먹거리며 위안삼는 사이 교회와 복음은 길바닥에 버려진 소금이 되어버리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시작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부터 시작됐다. 과도하게 좌편향되는 성향에 균형을 잡고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출범했고, 보수적인 교회와 교단들의 세력에 힘입어 한기총은 몸집을 불려갔다. 기독교는 대한민국 내에서 주력 종교로 자리잡으며 대사회적 영향력도 탄탄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물이 고이면 썩는 것이 수순이리라. 그렇게 얼마 동안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을 대표하던 한기총은 대표회장 자리다툼과 금권선거, 이단논쟁 등 여러 이슈들이 중첩되고 반복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고, 한국교회연합으로 주요 교단들이 이동하면서 모두가 염려했던 연합기관의 분열은 현실이 됐다. 이 과정에서 경험해야 했던 인간의 추한 욕심과 허영심은 차후에 다루겠지만, 성경 말씀대로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았다. 한 번 뿌려진 분열이라는 씨앗은 한국교회총연합으로 또 한 번의 분열을 맺었다. 한국교회는 NCCK를 제외하더라도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으로 흩어져 구심점을 이루지 못하고 대사회적 영향력은 형편없이 추락했다.

‘같잖은 기독교’ 세상이 보기에 가장 만만한 집단이 한국교회다. 뼈아프고 가슴을 후벼 파듯이 괴로운 말이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표현할 필요가 있느냐고 볼멘 소리를 뱉을지 모르겠으나, 아찔한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치과를 찾듯이 오늘날 한국교회는 처절한 고통을 직면할 필요가 있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내어주라고 하지만, 하나님을 욕되게 하려는 세상의 공격 앞에선 물맷돌을 든 다윗처럼 나서야 한다. 문제는 손에 쥘 물맷돌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아니, 그에 앞서 한국교회에 다윗같은 의기와 패기가 남아있느냐가 우선이다.

‘목사들이 수억원씩 사례금과 퇴직금을 받으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기독교가 걸림돌이다’

‘모이지 말라는데 굳이 예배당에 모이는 기독교인들은 이기적이다’

‘여성의 삶은 외면하고 무조건 낙태를 반대하는 기독교는 망해라’

많이 들어본 목소리들이다. 세상은 공평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종교인과세를 시행했고, 국민건강을 앞세워 예배를 제한했다. 평등을 외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고, 소외된 소수를 보호한다며 건강가정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다.

세상의 정의와 하나님의 정의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한국교회는 창조주의 뜻과 섭리를 선포해야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 힘이 없고 갈라져 있다.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과 반대되는 세상의 정의를 추종하는 이간질이 일어나도 집안을 단속할 힘도 능력도 상실한 상태다.

한국교회를 대표해 정부와 사회 앞에 서서 하나님의 사랑을 퍼뜨리되, 교회를 향한 세상의 부당한 공격을 막아내어 하나님의 선교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일. 한 사람의 성도나 교회, 교단이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연합단체다.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은 과연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까. 연합기관 통합은 오래 전부터 요구되어 온 한국교회의 과제이면서도, 결코 닿지 못하는 신기루와 같았다. 통합의 필요성과 논의는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나 실상 의지 없이 공허한 메아리로 울려퍼지는 동안 세상 속 한국교회는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분열된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결집하지 못하는 힘없는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다. 여론과 표에 움직이는 정치의 생리를 안다면 그들의 눈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멸시당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교회가 힘을 잃음으로써 성경의 진리가 세상에 의해 하나씩 부정당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연합기관은 통합되어야 하고, 하나의 리더십으로 세상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하나님의 진리를 가진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너나 잘하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아도 될만큼 거룩한 당당함을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최대 위기를 맞은 지금이 아니면 한국교회 연합의 기회는 언제 다시 마주할 수 있을지 요원하다. 고난 속에 부침을 겪으며 한국교회는 연합기관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한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방향과 방법, 의지와 실행력이 문제다. 세상과 교회는 한국교회의 리더십들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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