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총회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총회 역사 갈라 콘서트 ‘불의 연대기’가 제58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서 상연됨에 따라 한국교회 공연문화의 품격을 크게 진보시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갈라 콘서트를 직접 관람했던 목사 장로들은 여전히 그 감동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다고 입을 모으며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다는 요청를 남기고 있다.
특히 박형룡 목사와 서기행 목사 역을 맡아 열창한 한 남자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가슴을 어루만지며 깊은 감동의 기억을 남긴 굵고도 부드러운 목소리의 바리톤 오동규 교수다.
오 교수는 “그동안 소홀하기 쉬웠던 합동 교단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기에 그 의미와 가치가 더욱 빛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직업으로 하는 오페라 연주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이 곡들을 소강석 목사님께서 직접 작사하셨다는 것에 놀랐는데, 직접 총감독까지 하셔서 그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불의 연대기는 세계적인 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대작이라고 감히 느꼈다"고 했다.
오 교수는 “뉴욕과 스페인에서 오페라 공연을 주로 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희극과 비극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교회에서 찬양도 많이 했지만 이번 ‘불의 연대기’는 완전히 다른 무대였다”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오페라와 같았지만 나의 마음 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감동의 차원이 전혀 달랐다. 이런 의미있는 무대에 쓰임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의 연대기’에서 박형룡 목사와 서기행 목사의 배역을 소화해 낸 오 교수는 보수신학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던 모습들이 그려져 감격이었다고 고백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보수신학, 그 기본을 지키기 위해 애쓰신 박형룡 목사님의 뜻이 ‘심장이 저리는 간절한 기도, 주여 보수신학 지켜 주소서’라는 가사로 표현된다.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휘몰아치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앙의 갈등이 일어나고, 나뉘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지키려 했던 모습으로 구체화됐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서기행 목사님은 나뉘어짐을 통합으로 묶으려 노력하시고 마침내 이루시는 모습이 감격 그 자체였다”며 “이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감히 내 입에 담아 노래해도 될까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임했다. 나에겐 연주가 아니라 전체가 기도였다”고 표현했다.
오 교수는 ‘불의 연대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겨울의 소원, 봄의 약속’ 중 서기행 목사의 파트를 꼽았다.
‘그 소원, 그 기도, 그 눈물, 내 가슴에 담아. 저 이별의 겨울 숲 지나 봄꽃으로 피우리. 봄길은 차가운 겨울 숲에서, 봄의 약속 겨울 소원에서 시작되니. 우리 소원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오 교수는 “겨울에 시작된 소원이 봄에 피어난다는 내용에 울음이 터지려 하여 노래를 못할 뻔 했다. 서기행 목사님과 홍정이 목사님이 손을 잡고 만세를 하는 장면은 가슴이 뜨거워졌다”면서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보수신학의 중심을 잡으며 지켜온 분들 덕분에 변질되지 않은 신앙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을 배웠고 감사했다”고 각별한 감동을 전했다.
특히 오 교수는 “‘불의 연대기’는 한 번만 올리고 마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했고, 교회 예배당이라는 공간적인 제한도 있어서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많은 크리스천들도, 일반 사람들까지도 이 귀중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큰 무대에 올려야 한다. 다시 쓰임받을 수 있다면 커다란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모태신앙으로 큰 굴곡 없는 신앙생활을 이어온 오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때 동네 아저씨의 권유로 장난처럼 성악을 시작했다.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배우기 시작한 성악이었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달랐다. 강원도내 작은 콩쿨에서 자신보다 실력이 뒤처지는 것 같은 아이가 1등을 수상하는 것을 보며 생긴 ‘오기’, 그것이 오 교수의 마음에서 ‘열심’으로 허물을 벗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흔들릴 때도 있었다. 성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품었다. 하지만 찬양을 하면서 내면의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는 경험들이 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고 오 교수는 말했다.
3년 전엔 남성 가스펠그룹 CRUX(크룩스)를 결성해 싱글 앨범을 발매해왔고, 이번엔 3년 반 만에 첫 1집 앨범도 선보였다. 그렇게 찬양은 오 교수에게 위로가 되고 동기부여가 되어 다시 계속 찬양할 수밖에 없는 힘이 됐다.
과거의 자신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후배들을 향해 오 교수는 ‘끝까지 하는 놈이 이기는 놈’이라고 도전했다.
오 교수는 “계속 노래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이뤄져야 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 좋은 마음가짐과 끝까지 해보겠다는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끝까지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친구들이 가장 안타까웠다. 끝까지 하다보면 나만의 음악, 나만의 소리가 생기고, 그러다보면 재미가 붙고 일도 계속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끝으로 오 교수는 “나는 사실 오페라 가수로서의 생명을 길게 보지 않는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찬양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하나님을 노래하는 것”이라면서 “내 실력이 줄지 않도록 계속 갈고 닦는 것도 먼 훗날까지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마지막 목표는 기력이 빠져서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우리의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노래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그곳에 우리도 달려가 노래하고자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바리톤 오동규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하고 뉴욕 매네스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미국성악교수협회 콩쿨 미중서부 1등 및 대상 등 일본과 스페인의 다수 국제콩쿨에서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