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정신’을 회복하자

  • 입력 2014.12.30 15:0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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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묵은해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 우리 앞에 다가와 서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하나님이 운행하시는 역사의 시계 바늘 앞에서는 일말의 주저함이나 미련 따위가 허락되지 않는다. 다만 흘려보낸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서 지금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바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 꼭 하나만 들라하면,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잃어버린 ‘야인정신(野人精神)’의 회복이 아닐까 한다. 글자 그대로‘들(野) 사람의 정신’이다.

 

인생 나이 75세에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고향 땅 하란을 떠나 광야의 거친 숨결 앞에 도전하였던 아브라함의 정신, 자신 앞에 던져진 사명을 감당키 위해 호렙산 기슭의 흙바람 속으로 몸을 던졌던 모세의 위대한 도전, 그리고 예수님의 오시는 길을 예비하였던 세례 요한의 야인정신도 있다. 물론 그의 뒤에 오신 우리 예수님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의 가야 할 길을 묻고, 감당해야 할 사명을 찾기 위해 홀로 들판에 나가 40일을 금식하며 기도하였던 예수님의 야인정신이 바로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어느 때부턴가 한국의 기독교가 지도력을 잃고 세상이 던지는 돌팔매에 몸을 숨기기에 급급한 채 비겁하게 교회당 안으로 숨어들기 시작한 그 모습이 오늘날우리의 자화상으로 굳어진 것은 아닌지 이제 한번 쯤 거울에 비춰보면 좋을 것 같다. 세상이 우리를 향해 왜 돌팔매를 던지게 되었는지, 왜 교회는 지도력을 잃게 되었으며 언제부터 우리가 광야(세상)를 두려워하게 되었는지를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할 때가, 만시지탄은 있겠으나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가 맞장을 떠야 할 광야는 물론 만만한 현장이 아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이는 곳이 광야이며 차가운 밤이슬이 뼛속을 파고드는 곳이기도 하다.

 

낮에는 불뱀들이 위협하고 밤이면 전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디를 보아도 만만한곳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거친 땅에서 목숨 걸고 투쟁하며 살아온 세월의 역사가 바로 우리가 배우고 믿는 성경의 역사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제 그 투쟁의 역사를 회복해 나가야할 때가 지금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투쟁의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양질의무기(武器)이다. 그 옛날 아브라함이, 모세가, 세례 요한이, 또 그리고 예수님이 들었던 유일한 무기는 하나님께로부터 받아가진 오직 복음, 공의의 말씀, 생명의 말씀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교회는 안타깝게도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무기로 광야로 나가기보다는 내 몸을 숨길 건물(예배당)만 크게 지어 이를 방패삼아 안방에서 소리 지르고 재주넘는 비겁함을 보이면서 그것을 성공으로 자축하고 있지나 않는지 보다 깊은 회개와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한국의 기독교가 세상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하나 둘이 아니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치욕은 역대 경매시장에 나온 종교시설물 가운데 가장 높은 경매 가를 기록한 어느 교회의 예배당 낙찰사건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사회 언론들조차도 관심을 가지고 그 귀추를 지켜보았던 이른바 교회 잃고 성도 잃고 거기에 더하여 세상의 손가락질까지 받은 이런 치욕을 목회자들은 스스로 치욕이라 느끼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원인은 한국 교회가 지금 야인 정신을 잃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목회자도 성도들도 모두가 거대한 예배당을 방패로 삼아 그 속에 몸을 숨기겠다는 비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다.

 

명분은 교세확장이니 교회성장이니 하는데 실상은 그 것이 전도의 길을 가로막는 흉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이제 새로 오는 2015년에는 한국의 교회들이, 특별히 목회자들이 더 이상 예배당을 방패삼아 숨어서 주먹 쥐지 말고 거친 들판으로 나와 하나님이 주신 의(義)와 생명의 말씀을 무기로 하여 세상과 맞장 뜨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우리가 야성(野性)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야인정신은 지금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시대정신(時代精神, Zeitgeis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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