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칼럼] 끌어안는 사람(1)

  • 입력 2021.10.28 18:0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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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jpg

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얼굴에 종양이 있는 새 신자가 교회에 나왔습니다. 새 신자 담당 집사님이 그녀를 돕기 위해 집을 방문했습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새 신자는 집안일을 할 기운이 없어서 집은 정리 되지 않은 채였습니다. 집사님은 그녀를 대신해서 청소를 해주고 빨래도 해주었습니다. 새 신자는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집사님에게 감사하다며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초대했습니다. 집사님은 혼자 가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가서 외로운 새 신자를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며 집사님은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신은 새 신자를 여러번 대해서 커다란 혹이 있는 얼굴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놀라거나 무서워하면 새신자의 마음에 상처가 될 것 같았습니다. 집을 나서며 집사님이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오늘 만나는 분은 몸이 아픈 분이야! 얼굴에 커다란 종양이 있단다. 그러니까 놀라거나 너무 빤히 쳐다보면 안 돼! 그러면 기분이 나쁠 수 있거든. 그냥 보통 사람 대하듯 해야 해! 알았지?” “알았어요! 그런데 종양이 어떻게 생겼어요?” “이상하고 무섭게 생긴 혹이야! 절대 놀라면 안 된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새 신자의 집 앞에 도착한 집사님은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아이들을 향해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습니다. “준비됐지! 절대 이상하게 쳐다보면 안 돼?” “알았다니까요?” 집사님이 초인종을 누르자 조금 있다가 문이 열리며 새 신자가 나왔습니다. 얼굴엔 커다란 혹이 달려 있고 비틀어진 입에선 침이 흘렀습니다. “어서 오세요! 집사님!” “네! 잘 지냈어요?” “어머! 너희들도 왔구나?” 새 신자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이 집 안으로 들어서며 새 신자를 끌어 안고 얼굴에 볼을 대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워요!” 큰 아이가 인사를 마치자 작은 아이도 새 신자에게 다가서며 똑같이 포옹하며 인사했습니다. 두 아이의 자연스런 행동에 새 신자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오랫동안 새 신자는 그렇게 다정한 인사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른도 아닌 아이들이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포옹하며 얼굴을 맞댄 적은 아프고 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새 신자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지켜보는 집사님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사람들을 대하는 평소의 모습을 보며 어느샌가 모르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성숙한 상태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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