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감사하지만 감사 표현에는 인색한 기독교인들

  • 입력 2021.11.16 16:4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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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에 감사하라” 누구나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말씀이다. 모든 일이 뜻대로 잘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감사를 말한다. 하지만 고난에 처했을 때, 고통중에 있을 때 감사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고난 중 감사는 신앙의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지난 2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받은 기독교인들 가운데 고난 속에서 감사를 고백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월드비전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9월10~23일 2주간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기독교인들이 평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92%가 일상 속에서 항상(40%) 또는 가끔(52%)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고, 별로 못느낀다(6%)는 응답자와 전혀 못느낀다(1%)는 응답자는 소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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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에 감사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18절의 말씀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명령이라기보다는 권고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았다.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31%에 불과했고, ‘실천을 위해 노력하라는 성경의 메시지’라는 응답이 55%로 가장 많았다. ‘실천과 상관없는 상징적인 메시지’라는 응답도 12%로 적지 않았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79%,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21%로 집계됐다.

기독교인들의 감사 성향은 연령과의 상관성은 물론 소그룹 활동 여부에 따라서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요즘 내 삶에는 감사할 거리들이 매우 많다 △내가 지금까지 감사했던 모든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한다면 그 길이가 매우 길어질 것이다 △나는 여러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금까지 나의 삶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건 상황들에 대해 더욱 더 고마움을 느낀다 등의 문항에 있어 소그룹 활동자는 비활동자에 비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4%까지 긍정적 응답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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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감사를 통해 내 삶이 달려져서’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높게 나왔고, ‘감사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서’라는 응답도 46%로 나왔다. 뒤이어 ‘행복하기 위해서’가 35%, ‘감사생활을 하면 건강할 수 있어서’가 20% 등으로 나타나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감사를 통한 삶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러한 응답은 개인의 행복도와 사람간의 관계 만족도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감사성향이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에 비해 자신의 행복도, 사람들과의 관계 만족도에서 훨씬 긍정적이었다.

‘하나님과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95:68, ‘나는 요즘 내 생활이 행복하다’ 93:66으로 크게 차이를 드러냈고, 자녀관계와 교인들과의 관계, 부모, 부부, 친구 형제자매, 일터 동료 등 모든 관계에서 행복도와 만족도가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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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감사를 느끼는 것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감사함을 느낀다는 비율은 92%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감사를 표현하는 비율은 72%로 약 20% 낮았다. 감사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표현하지는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이유로 ‘감사표현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어색해서’라는 응답이 54%로 가장 높았고, ‘감사표현을 어떤 방법으로 하는게 좋을지 몰라서’라는 응답이 24%, ‘감사표현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다 알거라고 생각해서’가 2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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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하나님(88%)과 자녀(85%), 교회 구성원(84%) 등에 대한 감사 표현은 비교적 높은데 반해 부모(71%)와 형제자매(64%), 이웃(59%)에 대한 감사 표현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들이 고난 가운데서도 감사기도를 드릴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54%의 응답자가 고난 가운데서도 감사 기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46%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했다. 고난 가운데 감사했던 경우는 육체적 질병이나 장애(46%), 가족(43%)이나 지인(37%)과의 갈등, 불합격(25%), 정신적 질병(24%), 파산이나 실직(13%), 사고(13%), 사망(12%)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기독교인들 중에도 가족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신영연수와 신앙단계가 높을수록 고난 가운데 감사기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경향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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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감사의 표현으로 ‘기도’가 93%로 매우 높았던 반면 ‘봉사’는 64%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감사의 표현이 봉사까지 연결되는 정도는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생활이 어려워졌음에도 ‘감사를 더 많이 하게 됐다’는 응답과 ‘감사를 더 적게 하게 됐다’는 응답이 19%로 동률도 나왔고, 56%가 비슷하다고 응답해 경제적 곤란이 감사생활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진행한 목회데이터연구소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역사를 믿는 데서 출발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의 총체적 결과가 감사다. 고난 가운데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선하시므로 고난이 끝이 아니며, 그 고난을 뚫고 지나면 자신이 정금같이 단련되어 나올 것이라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감사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신의 상황을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능력, 기독교 세계관 정립이 필수적이다”라고 지목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한 가지 발견한 사항은 감사 표현의 방법으로 ‘봉사’에 대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리스도인의 감사는 받은 은혜를 감사할 때 세상을 섬기는 방향을 감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세계관을 확장시켜야 한다”며 “나에게 온 은혜에 대한 감사를 하나님과 그것의 ‘통로’가 된 사람 사이에서만 가두지 않고, 받은 은혜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은혜의 통로’로써 감사를 표현할 때 ‘감사’를 자기로부터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로 더 넓게 확장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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