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 나간다”, “재수 없다”

  • 입력 2021.11.26 10:0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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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자들은 성도들의 일상생활 속에 미신이 얼마나 깊이 들어와 똬리를 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함은 물론이요, 또 이는 조속히 척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미신(迷信)의 형태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보게 되는 것이 교회의 중직을 맡은 이른바 ‘믿음 좋은’ 일꾼이라고 자처하는 성도들 가운데 아직도 자동차 트렁크를 열면 흔히 마른 북어 대가리가 곧잘 눈에 띈다. 그것도 다소 투박해 보이는 무명 실타래에 묶여 한쪽 귀퉁이에 걸려 있다. 왜냐고 굳이 묻지를 않아도 답은 명약관화하다. ‘없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죠!’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어쩌다 이런 사람들까지 중직으로 세우고, 믿음 좋은 사람들의 반열(?)에 올려놓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성도들이 다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미신의 잔재는 행위에 서만이 아니다. 언어생활에서는 더욱 심한 경우를 보게 된다. 아침 출근길에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서 전 화만 와도 ‘에이 재수 없게....’, 책상 앞 에 앉아 공부하는 아들이 다리를 흔드는 것만으로도 ‘복 나간다.’고 야단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나름대로의 이유와 핑계를 근거로 만들어낸 미신 들이 예수 믿은 지 오래되었다는 사람 들의 입에서조차 쉽게 나오는 걸 보면 우리는 과연 한국기독교가 13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무엇을 가르쳤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수능시험장 앞이 공권력에 의해 정리가 되었기 망정이지, 예년 같으면 한 손에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엿을 들고 굳게 닫힌 철문을 붙들 고 기도하는 믿음 좋은(?) 성도들을 더러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미신의 잔재들을 빨리 청산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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