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예비군 훈련장에서 동네 슈퍼 주인과 고물상 청년이 만났습니다. 고물상 청년은 가끔 외상으로 라면과 계란을 사가는 단골이었습니다. 단칸방에 살며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슈퍼 주인 역시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곤 없는 혈혈단신으로 살면서 겨우 작은 가게를 운영할 만큼을 모아 동네 슈퍼를 열었습니다. 두 사람은 훈련 중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살아온 이력도 비슷해서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하루 만에 절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서로의 인생을 한탄하고 위로하며 지겨운 훈련을 행복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동네에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슈퍼 주인은 하루 만에 친구가 된 고물상 청년에게 아무 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개인사들을 털어놓다가 곧 물건 대금 200만 원을 결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에 홀로 던져져서 살다 보니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했는데 이번엔 정말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하였습니다.
열흘만 물건을 팔면 갚을 수 있지만, 그 열흘 동안이라도 돈을 빌릴 대상이 없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고물상 청년이 슈퍼 주인에게 함께 가볼 곳이 있으니 따라오라고 하였습니다. 슈퍼 주인은 고물상 청년을 따라 그의 형이 일하고 있는 목재소로 들어갔습니다. 목재소에서 일하고 있는 형을 만난 고물상 청년이 슈퍼 주인을 친구라고 소개하였습니다. “형! 제 친군데 200만 원이 필요해요. 한 달 안에 갚을 수 있대요!” 고물상 청년의 말을 듣고 슈퍼 주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돈이 없다는 말은 했지만 빌려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물상 청년의 의외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슈퍼 주인을 바라보며 형이 동생에게 대답했습니다. “그래라! 형수한테 가 봐!” 고물상 청년은 슈퍼 주인을 데리고 형수를 찾아갔습니다. 두 사람은 초라한 집에 도착해서 형수를 만났습니다. “형수님! 제 친군데 200만 원이 필요해요. 형한테 이야기했어요!” 이야기를 들은 형수님이 안방에서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나와 건네주었습니다. “귀한 돈이에요! 꼭 갚아요!” 고물상 청년은 통장에서 돈을 찾아 차용증도 없이 슈퍼 주인에게 2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슈퍼 주인은 돈거래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형제이고 가족이라지만 만난 지 하루 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온 가족이 두말없이 수긍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돈이 급한 슈퍼 주인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청년이 건네준 돈을 받아 물건 대금을 결제했습니다. 2주 후 빌린 돈을 갚을 만큼의 돈이 생기자 슈퍼 주인은 고물상 청년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형님과 형수님에게도 찾아가서 음료수 상자를 건네며 왜 차용증도 없이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목재소에서 일하는 형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답했습니다. “그거야 뭐! 나는 동생을 나보다 더 믿으니까.” 집에 있던 형수님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남편을 믿으니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