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낮은 자리로 오신 예수님

  • 입력 2021.12.24 10:3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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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도 올 성탄절은 교회들이 많이 분주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수 믿는 사람들 같지 않은 예수쟁이들(?)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는 상관없다. 이긴 자는 이겨서, 진 사람은 졌다고 교회와는 담을 쌓을 사람들이다. 교회를 못 본척 해도 좋으나, 비방하거나 박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평소에는 좀처럼 교회에서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언론의 기사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보란 듯이 성경을 가지런히 모은 두 손에 들고 교회로 향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믿음 좋은 사람, 하나님이 쓰시기 위해 예비해두신 사람 정도로 비칠 수도 있겠다. 보다 못 한 어느 목사가 한마디 했다. ‘선거가 있을 때 말고는 우리 교회 출석한 일이 없어 교인 명부에서 삭제했다’고. 물론 그런 사람들을 예배시간에 세워서 인사를 시키는 교회들이 더러 있어 일어나는 일이라 하니 교회들도 좀 자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곁에 오신 주님은 결코 자신의 이름을 날린다거나 남을 지배하는 권력자가 되고자 이 땅에 오신 분이 아니셨다.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졌을 뿐 아니라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분이다(빌2:6~8참조).

정치인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모르겠다. 안다면 다행이려니와 알지 못하는 탓에 끝없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으면 서 기독교인들의 표를 얻기 위한 술 수로 예수 믿는 척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역겹다. 지금은 두 해째 코로나의 침공으로 사회 전반이 그러하듯 교회는 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하나님의 역 사하심과 교회를 향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으시겠지만 교회가 존립하기 위한 사회적 물질적 기반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러한 엄중한 때를 맞아 물질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예배당의 간판을 내려야 하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이러한 마당에 낮은 자리를 보지 못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 이름이 알려진 교회만을 찾는 정치인들이 과연 앞으로 교회를 위해 어떤 헌신이나 봉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참 막연하기가 이를 데 없어 보인다. 그래서 성경은 “때가 악하다”고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선 정치인들, 좀 더 낮아질 수는 없을까. 더 낮은 곳에 서야 하는 것이 성탄의 진정한 의미 이거늘 한 사람도 낮아지려고 하는 이가 없는것 같다.

자신의 이름 석 자, 자신의 얼굴 좀 더 알리기 위해 찾아오는 교회라면 예수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한 자들이 찾아오는 교회 목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한 세상적 권력을 잡기 위해 애쓰는 무리의 뒤에 따라 다니며 뭔가 알 수는 없지만, 그로부터 반사이익이나 챙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성탄절, 그리고 새해, 우리에게는 보다 더 겸손해지라는 하나님의 경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코로 나로 어려운 때, 밀린 자녀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밤을 새워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 제대로 된 직장 하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려야 하는 젊은이의 절규, 연일 값이 오르는 아파트의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쪽방촌의 안타까운 눈물, 이들의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되어야 하는 믿는 자들의 어깨는 또 얼마나 무거운가.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마음에 다가오는 화려함의 유혹을 떨쳐내는 성탄절이 되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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