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래 갖고 축복받겠냐?’

  • 입력 2022.01.13 17:0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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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글로 옮겼을 때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힘들 만한 이 한 마디가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한 사람 부교 역자의 마음을 낙심케 했다면, 말을 내뱉은 장본인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답이 잘 안 나온다.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장면은 결코 아니다. 더더군다나 2022년 현대 사회 우리의 이웃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상처를 입은 당사자는 이런 일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져 담임목사의 명예에 흠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다. 정작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은 이런 목회자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더러 있다는 데 있다. 어느 생활 형편이 매우 어려운 가난한 부교역자가 자신의 아들이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나름 부자(?)인 담임목사에게 작은 케이크 하나를 사서 들고 가 축복 기도를 부탁 했다가 부끄럽고 무안할 정도로 핀잔을 들은 얘기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자세히는 알 수가 없으나 대략 ‘나에게 축복 기도를 받으려면 식사를 정식으로 잘 대접해야지 이래서 되겠느냐?’ 하는 호통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날부로 부교역자 자리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러한 자초지종이 사설의 소재로, 그것도 신년 벽두에 잘 맞을는지 안 맞을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하는 정도는 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 가 있어 보여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알다시피 지금 한국교회는 근래 들어 수년간 성장이 내리막길이다. 젊은 이들은 점점 교회를 멀리하고 있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다. 그 근저에는 ‘점점 우리 사회 교회 가 교회답지 못하다’거나 ‘목사가 목사 같지 않다’는 뒷이야기가 바닥에 깔려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어찌 다 완벽할 수가 있을까 마는, 그러나 이제는 좀 세상의 시선을 읽을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2:5) 예수를 잘 섬기고 그분의 맡기신 사명을 잘 감당하겠다면 이 말부터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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