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 보듬는 척수장애인 목사 김용구 박사

  • 입력 2022.02.26 21:3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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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학교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기독교학과 상담전공 김용구 목사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광섭 총장이 단상에서 내려가 휠체어를 탄 김 목사에게 허리 숙여 학위를 수여한 장면이었다.

척수장애인으로서 척수장애인의 재활상담 심리 컨설팅을 해온 김 박사는 “척수장애인에게 ‘일상의 삶’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김용구 박사는 13년 전인 2009년까지도 지리산 종주를 7번이나 할 만큼 건강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의 그였지만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생사를 넘나들었고, 오랜 심폐소생술로 생명은 건졌지만, 그 과정에서 척수신경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 마비를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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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처음에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마비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척수손상장애는 신체적인 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공간, 시간, 관계적 상실로 이어지는 진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당시 아내와 어린 자녀 2명이 있던 그는 한남대 기독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선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목회자가 설 수 있는 영역은 넓지 않았다. 시골 태생인 김 박사는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소박한 목회를 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장애를 얻은 그에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며 좌절하고 있던 김 박사는 자신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입었음에도 밝고 즐겁게 살아가는 다른 척수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생각을 바꿨다.

김 박사는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병원을 찾아다니며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후, 후천성 초기 척수장애인들의 길을 안내하는 전문적인 안내자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한남대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 석사와 기독교학과에서 상담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내가 만났던 후천성 초기 척수장애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김 박사는 “생애 처음 겪는 그 험악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당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다. 후천성 척수장애인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지난한 감정의 굴곡을 겪는 동안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척수장애인에게 ‘일상의 삶’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박사는 현재 한남대학교회 대학부를 맡고 있으며, 2018년부터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를 개설,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각급 기관의 장애인식개선 교육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김 박사는 전공을 살려 향후 대학생들에게 지식과 삶에 대해 나누는 일에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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