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달라. 잊지 않고 기도해 달라.”

  • 입력 2022.03.14 09:4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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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급구호실사단 사진 제공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파송한 ‘우크라이나 긴급 구호 실사단’이 8~13일까지의 5박6일 일정을 마쳤다. 실사단은 이번 파견에서 루마니아 북동부와 남동부 국경지역 두 곳을 통해 피란민 구제 활동 및 우크라이나 내부 긴급 구호 물품 발송 등을 전개하며 한화 2000만원 가량을 지원했다. 아울러 한인 선교사 및 현지 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추가 지원과 전후 복구 등에 있어서도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새벽 한국을 떠난 실사단은 현지시각 9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 접경도시 시레트에서 1차 구호사역을 시작했다.

양 기관 실무자를 비롯해 이번 실사단과 협력하는 루마니아 한인선교사협의회(회장 이권칠 선교사) 소속 선교사 등은 하루 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동북부도시 수체아바로 이동, 구호 사역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그리고 이날 오전 합류한 우크라이나 전쟁대책위원회 위원장 한재성 선교사(우크라이나 한인선교사협의회장)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필요를 파악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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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급구호실사단 사진 제공

실사단이 첫 사역을 전개한 시레트 국경 지역은 피란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검문소 앞은 국제구호기구와 지역자선단체, 종교 등이 설치한 부스가 100미터 가량 줄지어 피란민들을 맞았다. 실사단 역시 현지교회연합회와 함께 피란길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밝은 얼굴로 위로와 격려,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발렌티나 씨(23)는 “18살과 20살 두 남동생과 함께 루마니아 국경까지 네 시간 반에 걸쳐 걸어왔는데, 남동생들은 징집대상에 해당해 조금 전 홀로 루마니아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며 “나 역시 우크라이나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인도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마치 고아가 된 것 같은 심정”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그녀는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이다. 헤어진 동생들과 빨리 만나고 싶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오직 하나님께서만 우리를 구원하실 것을 믿는다”는 간절히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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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급구호실사단 사진 제공

다음날 실사단은 1차 구호사역 베이스켐프인 루마니아 동북부도시 수체아바(Suceava)에서 구호 물품을 공수했다.

전달 지역은 루마니아 국경 너머 인근 도시인 체르니우치(Chernivtsi)와 중서부 도시인 빈니차(Vinnitsa)다. 특별히 빈니차는 지난 6일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공항이 파괴되는 등 최근 침공이 시작된 곳이다.

피란민들을 상대로 구제사역은 계속됐다. 거센 눈보라를 뚫고 필사적으로 국경을 건너온 여성과 노인, 어린이들에게 장갑과 털모자 등 방한용품과 따뜻한 차, 음식 등을 건네며,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사 41:10)는 하나님의 말씀을 우크라이나어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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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급구호실사단 사진 제공

루마니아 북동부 국경지대를 떠난 실사단은 흑해 연안의 남동부 항구도시 (Constanta)로 이동, 2차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활동을 이어갔다.

12일 이곳에서 이미 구호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지역교회 목회자들을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루시안 로타루 목사(벧엘교회)는 “복음 안에서 그들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교회를 중심으로 계속 물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 돕는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힘을 보태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사단은 이날 지역 교회 연합에 300만 원 상당의 의약품 및 의료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했다. 의약품 및 의료용품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부 관계자가 가장 시급하게 요청한 품목이다. 현재 이곳에서 구호 물품을 보내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Odessa) 인근 미콜라이우(Mykolayiv)에는 최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병원이 파괴되는 등 민간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실사단이 보낸 의약품 및 의료용품은 현지 병원과 교회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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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급구호실사단 사진 제공

이번 실사 활동에 동행한 우크라이나 전쟁대책위원회 위원장 한재성 선교사(우크라이나 한인선교사협의회장)는 “지금의 관심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피란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와 망가지고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를 마주할 텐데 한동안은 외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전쟁이 언제 휴전되거나 끝날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끝까지 견뎌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뒤에서 지원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또 한 가지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우크라이나를 영적으로 재건하는 일”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농업 국가인데 지금이 씨앗을 뿌릴 시기다. 곡식의 씨앗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깨어진 심령 가운데 영적인 씨앗이 심길 수 있도록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잊지 않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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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긴급구호실사단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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