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작은 가정교회가 시작한 커다란 나눔 알려져

  • 입력 2022.04.04 21:0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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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의 한 교회공동체가 처참하게 파괴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빵을 구워 나누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의 사역이 전해지면서 이웃 지역에서도 빵을 구하러 달려오는가 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빵을 구워달라며 밀가루를 쌓아놓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기독교인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마저 교회를 통해 빵을 공급받으며 편견이 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순교자의소리(대표 현숙 폴리 목사)가 전했다.

루한스크에서 60km 떨어진 노보아이다르 마을의 침례교 지도자 다니일 아나톨예비치 키릴루크는 2014년 전투가 벌어지던 날 ‘기도의 집’이라는 예배당을 봉헌했다. 당시 친구들은 당장 떠나라고 했지만, 기도 중에 민수기 16장46~48절 말씀을 받은 그는 금식하며 그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8년여가 지나고 다시 전쟁이 시작된 2월24일, 키릴루크는 치열한 총격전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다시금 민수기 말씀을 마음에 품었다. 과거 그때처럼 키릴루크 형제는 민수기 말씀을 따라 금식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노보아이다르까지 전투가 확대되진 않았지만 마을의 식량 공급에는 차질이 생겼다. 다른 도시에서 배달된 빵에 의존하던 노보아이다르는 전쟁이 터지면서 더 이상 빵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키릴루크 형제의 가정교회는 너무나 작았다. 교인은 22명에 불과했지만 이 곳에서 커다란 나눔이 시작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웃 교회가 다량의 밀가루를 갖다주자, 키릴루크의 아내는 빵을 구워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집에 있는 오븐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다. 처음에 큰 빵 30덩이를 구운 다음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는 메시지를 SNS를 통해 알렸다. 사람들은 바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현숙 폴리 목사는 “사람들은 빵만 받으러 오지 않았다. 빵을 더 구워서 나눠줄 수 있도록 밀가루를 가져왔다. 어느 날은 낯선 사람이 밀가루 아홉 포대를 놓고 갔고, 어떤 농부는 우유를 제공했다. 또 다른 사람은 오븐을 기부했다. 다른 기독교인 형제와 자매들까지 합세하여 자신들의 집에서 빵을 구워 키릴루크 형제를 도왔다”고 말했다.

키릴루크에 따르면 나중에는 하루 빵 생산량이 160덩이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열흘 동안 1톤이 넘는 밀가루를 기부받았다고 했다. 두려움과 공포가 뒤덮은 마을에서는 희망과 사랑과 나눔이 확산되고 있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키릴루크 형제의 가정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키릴루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비상사태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2월22일 이후부터 빵 공급이 끊어진 마을에 빵을 좀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해서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며 “관계자들이 와서 빵을 가져가 그 마을에 나눠줬고, 그들이 옮겨간 다른 마을에도 빵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순교자의소리는 “키릴루크 형제와 가족들은 일이 생겨 집을 잠시 떠나야 했다. 하루나 이틀이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길어졌고, 키릴루크 형제는 상황이 허락되는 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순교자의소리는 현재 우크라이나 현지 교회뿐만 아니라 국경 근처에 있는 폴란드 및 몰도바 교회에 필요한 긴급한 기금을 계속 보내고 있다고 밝히면서 긴급구호 사역에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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