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생각한다

  • 입력 2022.05.06 10:3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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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도 그러하거니와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가정과 연관되는 행사나 세상 의례의 대부분이 5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또 한편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까지 이 모두가 가정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그야말로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마침 코로나19도 진액을 다 소모했는지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발표가 있던 터라 자칫 분위기가 들뜨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마 모르기는 해도 이곳저곳에서 행사 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쯤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가 으레 가정의 달이라고 하면 효(孝)와 예(禮)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상 ‘가정’의 중요성과 가치를 생각하면 곧바로 효와 예를 거론하는 오래된 문화 때문일 것이다.

본질상 우리 기독교의 예는 유교적효와 예의 전통과 많이 구별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다만 그 형식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우냐, 그렇지 아니하냐 하는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상의 언행(言行)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그 작은 차이가 관혼상제(冠婚喪 祭)에서 유독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느 분(목사)이 장로의 소천 소식에 ‘장로님의 천국 입성을 축하한다’는 축하 인사를 보냈다가 유족들로부터 항의가 거세 난감했다는 예에서 보듯이, 기독교는 예의를 모르는 ‘상것’들이라는 인식이 마음 깊은 곳에 깔려있는 것이다. 믿는 자들로서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응당 축하해야 할 일임에도 그것이 예가 아니라 하니 그리스도인이 가정의 달을 맞아 처신을 여간 잘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의 달’, 좋으면서도 기독교인의 가치를 증명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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