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향 칼럼] 사랑하며 살아요

  • 입력 2022.06.30 16:3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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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향 사모(주님기쁨의교회)

얼마 전에 MBTI 검사를 다시 했다. 20년 전에는 E (외향성) 였는데 이번에는 I (내향성)가 나와서 세월 속에 성격도 변하는 것인지? 이것도 직업병인지? 원래 내 모습을 찾은 것인지? 우리 딸이 너무 의외의 결과라고 놀라워한다. ISFP 유 형 특징들중에 내 맘에 든 것들은 다음과 같다.

‘겸손하면서도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지닌 이들은 사교성 또한 뛰어나며, 친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의견 충돌을 피하고 사람간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견 충돌을 회피하는 성향으로 인해 타인과의 갈등이 심화되었을 경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 특성 때문이다.’ 아무렴. 친구도 유효 기간이 있는 법. 짧은 인생에서 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해? 여기까지다. 끊어!(아, 무셔라!) 그렇지만 우리 성도들한테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우리 교회가 있어서 만난 분들인데 하나님께서 친히 교통정리(망치와 끌로 나를 치밀하게 다듬은 후)해 주실 때까지는 인내하는 게 답이다. 사랑의교회에서 어린 애 둘을 챙기며 제자 훈련, 사역 훈련을 받을 때, 숙제 하느라 새벽까지 동동거리다가 드라마 보는 것은 아예 그때 딱 끊어졌다.

요새도 티비를 켜는 일이 거의 없지만(영화는 본다) 얼마 전에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를 몇 번에 걸쳐, 몰아서 다 봤다. 주일 저녁 피곤한 남편을 옆에 앉히고 함께 쉬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상처와 아픔, 고통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작가의 눈과 입을 통해 갈등이 따뜻하게 잘 그려져서 재미도 있거니와 사람은 생명 있는 동안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잘 봤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제목도 멋져 보였던 에세이도 내친김에 주문해 단숨에 읽었다. 2008년에 나왔지만 보완하여 2015년에 새로 나왔다. 첫 장에 시 같은 글을 보면서 공감했다. 젊은 날, 나를 향한 ‘보호본능’으로 사랑에 올인하지 못했던 게 닮았다. 학부 때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작품 분석을 했는데 작가 이름 때문에 처음엔 여성인 줄 알았던 기억. 노희경 작가는 외모로 인해 순간 오해할 뻔했다. 불교도인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어쨌든 세월이 가니 나랑 동시대, 동지애로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남녀 구별 없이 반갑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이병헌이 손발로 장단을 맞추며 골라, 골라! 하는 기가 막힌 장면이 하도 신기하고 웃겨서였다.

세상에, 이 잘생긴 배우를 누가 호객하는 아저씨로 만들었는가? (트럭 만물상 장수로 인생 살 수도 있지.)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지, 배우는 어떤 역할의 연기든, 어떤 인생이든지 딱 그 사람인 것처럼 잘 소화해 내야 하는, 매력이 있다. 인간사에서 가장 깊고 무서운게 가족간, 핏줄 간의 강렬한 분노와 증오다. 옴니버스식 다른 에피소드들도 그렇지만 마지막회에서 어머니 김혜자와 화해, 죽음, 내레이션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자식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니 ‘미안하다’ 한마디 꼭 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았다. 자식이 부모의 가혹했던 삶을 이해하면 그간 겹겹이 쌓인 미움과 분노가 다 해결되는가? 소통의 부재는 늘 아쉽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이런 말은 평소에 잘하고 살아야겠다. ‘지금 여기’ 나를 보내신 하나님, 세상이라는 큰 무대에서 내게 맡겨주신 역할 (사명)을 충실히 잘 하고싶다. 부족한 나를 알고 겸손하고 말씀 순종하며 거룩하게 살 것! 무엇보다 내 정체성을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이 땅에서는 조 연이고, 거지 역할을 한다 할지라도 돌아갈 천국의 하나님 자녀요 영원한 공주임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그걸 잊으면 진짜 거지로 살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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