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과몰입러, 편견이나 프레임 씌우려는 악용 우려

  • 입력 2022.07.19 20:11
  • 기자명 김민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기업 면접의 인성 평가에서 또는 교제와 만남에서도 MBTI를 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약삭빠른 취준생들은 네 가지 유형을 파악해 자신의 유형을 협업을 잘하고 일 잘하는 성격 유형으로 바꿔 면접을 보는 예도 있다는 어이없는 현실이 생겨나고 있다.

 

문화선교원(원장 백광훈) 임주은 연구원은 ‘MZ세대의 요즘 명함 MBTI’란 글을 통해 트랜드 분석으로 요즘 뜨고 있는 MBTI에 대한 과신이 불러올 수 있는 우려와 함께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도구가 오히려 폄훼하는 편견의 프레임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MZ세대는 MBTI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해야 하거나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 갈등을 겪을 때 MBTI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각 기업에서 직무면접을 볼 때 MBTI를 요구하는 곳이 늘면서 하나의 취업 스펙으로 여겨짐에 따라 일명 ‘요즘명함’으로 불리고 있다.

 

MBTI는 외향형-내향형(E-I), 감각형-직관형(S-N), 사고형-감정형(T-F), 판단형-인식형(J-P) 등 네 가지 반대되는 선호 지표를 조합해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주는 ‘성격유형검사’이다. MBTI는 세계 제2차 대전 시기에 개발되었고 국내에선 약 30년 즈음 ‘김정택’신부에 의해 들어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성격유형검사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밈(meme; 혹은 짤)으로 만들어지며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2020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싹쓰리>를 통해서였다. 그때부터 MBTI를 응용해서 만든 각종 약식 검사들이 SNS에서 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밈은 인터넷 상에서 만들어진 2차 창작물, 패러디물을 의미한다.

유튜브 짤방11.png

 

‘내 이상형은?’, ‘나와 가장 잘 맞는 연예인은?’, ‘나를 상징하는 꽃·동물은?’ 이처럼 MZ세대는 다양한 상황, 역할에 맞는 자신의 모습을 파악할 기회를 즐겼다. 가장 큰 묘미는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타인에게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알리고 확인받고 공감받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나조차도 알 수 없었던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점이다.

 

유튜브에도 MBTI를 하나의 콘텐츠로 다루는 채널들이 증가하고 있다. 성격 유형의 특징을 끄집어내고 묘사한 상황극들로 조회 수가 막강하다. 또 웹 관찰 예능인 ‘MBTI 인사이드’는 16명의 사람이 한 집에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담고 있다. MBTI를 활용한 마케팅도 소비자들을 겨냥한 16가지 유형이 새겨진 제품들(액세서리, 향수, 여행지 등)을 홍보한다.

 

요즘 MBTI는 하나의 명함이자 잘 먹히는 프로그램으로 소비 콘텐츠가 되고 있다고 한다. 나를 잘 알아주고,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게 해주고, 나와 너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또 있을까 하며 지속해서 사용하는 사람을 향해 ‘MBTI 과몰입러’라고 부른다.

최근 코로나 펜데믹을 지나며 소셜미디어 내 MBTI 언급량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는, 디지털 격변기와 글로벌 시대 속에서 태어났으며, 경제난·구직난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청년들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은 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은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가로막아 버렸다.

비주얼22.png

 

한창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아야 할 청소년·청년들에게 고립 상황은 정체성을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MBTI는 적은 시간을 들여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나를 증명할 도구가 되어 주었다.

 

온라인상에서 MBTI 짤이 돌기 전, 마치 사주 궁합처럼 여겨지던 짤들이 있었다. 바로 ‘혈액형 성격유형설’이다. 사실과 무관한 유사 과학이지만 혈액형 놀이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활발하며 B형은 예민하고 AB형은 또라0 라는 설이 그것이다.

 

MBTI는 사실과 무관한 헛소문은 아니지만, 이 역시 사람들을 판단과 편견에 가둘 위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권고한다. 어쩌면 MBTI는 혈액형보다 신뢰도가 더 높아 악용되는 사례도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MBTI에 사용되는 네 가지 선호 지표도는 확률값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떤 성격 유형도 정확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유형별 특성 하나를 가지고 한 사람의 전체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누군가를 잘 이해하기 위해 꺼낸 도구가 편견이나 프레임을 씌우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sbs스페셜>에 등장한 MBTI 전문자격회협회 소속 최영임 씨는 “모든 유형이 다 화가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감각형은 사실주의 화가가 될 확률이 높아요. 왜냐면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하니까 정물화처럼.” 이는 MBTI별 추천 직업에 대한 신중성을 시사한다.

 

임주은 연구원은 교회는 다양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아우르는 곳이라고 말하고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늘 개방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공동체 나눔에서 자신의 속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으며 긍정적으로 교회와 사람을 잘 섬기는 사람들이 주로 ‘신앙심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은 각자 고유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교제하는 방식과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은 교회 학교의 신앙교육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교육자 주관적인 특정 신앙 성품을 강요하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다양한 성격 유형들을 수용해야 한다.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천편일률적인 신앙인’을 길러내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다양한 특성, 다양한 신앙의 색채를 가진 이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