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국 칼럼] 초코렛 선물

  • 입력 2022.07.21 17:2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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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세월이 흘러 지난 시절을 뒤돌아보면 추억과 아련한 기억들이 남으면서 미소를 짓게 하는 것들이 있다. 1999년 글들을 정리하다가 그런 글을 하나 읽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초코렛 선물”이라는 글이다. 전문을 실 어본다. “교회 사무실에서 주보를 한창 하고 있는데 교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여 누구인가 하고 나가 보았다. 교회 문밖에는 둘째 아들 지현이 반 친구라고 하면서 여학생 둘이 서 있었다. 그중에 한 학생은 나도 아는 학생이었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발렌타인 선물을 준비해 지현이 에게 주기 위해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택에 들어가 지현이 에게 밖에 친구가 왔으니 나오라고 전달하고, 조금 후에 비닐봉지를 하나 들고 들어오는 아들에게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보여주면서 편지는 읽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비닐봉지 속에는 초코렛 하나와 자기로 만든 인형 조각 물이 하나 있고 편지가 들어 있었다. 무슨 내용이 있느냐 물으니 절대 보여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실랑이 끝에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편지의 내용인즉, 발렌타인 데이 를 맞이해 초코렛과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준다고 하면서 다음 화이트데이 때는 사탕을 꼭 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아내와 함께 한바탕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다시 사무실에 와서 주보를 하면서 참 세월이 좋아졌다고 생각을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발렌타인 데이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또래에 그런 용기와 순수한 마음이 있었는지 다시금 지난 60년대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60년대의 초등학교 시절은 학교 다녀오기가 무섭게 운동장으로, 친구와 함께 구슬치기, 땅따먹기, 병정놀이, 딱지치기 등을 하노라고 하루의 해가 저물어야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학원이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저 학교숙제 정도나 해가는것이 고작이었다. 유일하게 학교 외 선생님은 동아전과와 동아수련장이었다. 새로운 학년이 되면 선배에게 전과와 수련장을 얻거나 아주 싼 가격에 사서 공부하는 것이 전부였다. 60년대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요즘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틀에 맞추어 생활하며 너무 시간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이다, 피아노, 체육관 운동 등으로 너무 어린나이에 탈진을 하고 만다. 남이 하니 나도 하는 서글픈 교육현실을 보면서도, 헤맑게 웃고 자라는 21세기의 주인공들인 어린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희망이 솟을 때가 많다. 이 나라의 새싹들이 앞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나서 교회의 주인, 이 민족의 주인,

이 사회의 주인, 이 세계의 주인이 다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초콜렛 선물하나가 잠시 60년 대의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만들고, 내일의 주인공들을 생각하게 하는 짧은 한 시간이 되게 하였다. 역시 선물은 좋은 것이다.(1999.2.14.)” 20년이 훌쩍 넘기었지만 여전히 자라나는 아들의 교육현 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학원 등의 스케줄이 빡빡하다. 때로는 불쌍하기도 하다. 한창 뛰고 놀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니 말이다. 자녀를 장성하도록 다 키우고 보니, 이런저런 상념들이 많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만의 교육현장인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는 반성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최근에 뉴스를 보았다. 수학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상’ 수상을 한 ‘허준 이 교수’이야기이다. 그는 한때 한국의 제도권 교육의 낙오자였다. 고교 1학년을 끝으로 자퇴를하고,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입학하기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좀더 좋아진 교육현장에서 제2의 허준이 교수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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