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다

  • 입력 2022.07.22 16:0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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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의 직접적 수단 아닐지라도 전도에 유리한 환경 조성

“낮은 자세로 마을을 존중하며 함께하려는 자세 필요”

‘우리동네 교회’. 매우 친근한 이 표현은 사실상 현대 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무관심을 넘어 교회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이르렀다.

더 이상 사람들은 교회가 길거리에서 전도용품을 나눠준다고 달갑게 받아가지 않는다. 교회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바자회를 열어도 일부는 외면하거나, 일부는 경계심으로 기웃거린다. 편견없이 교회에 접근하는 것은 아이들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동네 속으로 들어가 마을목회를 펼쳐나가는 교회들이 있다. ‘우리 동네에 교회가 있어서 좋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회가 우리 삶에 유익한 기관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목회자들이 있다. 바로 얼마 전부터 확산되고 있는 ‘마을목회’가 그것이다.

교회는 세상과 유리될 수 없다. 세상 속에 교회가 있는 것이고,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교회를 밀어내려 할 때 교회는 더욱 세상 안으로 녹아져 들어가야 한다. 특히 교회가 위치한 마을은 삶의 현장이자 주민들의 희로애락이 전개되는 공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마을목회를 향한 움직임은 있었으나 각별히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교회의 공공성 이슈가 대두되자 교회가 마을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오늘날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견인하고 있다. 현재 마을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는 물론, 하지 않는 목회자들까지 99%가 마을목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앤컴리서치가 전국 목회자 507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대표적인 마을목회 활동은 ‘지역 빈곤층 돕기’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독거노인과 빈곤층 주민들을 돕는 활동이 41%로 가장 높았고, 지역주민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제공하는 형태가 32%로 뒤를 이었다. 마을 환경 개선 활동이 27%, 도서관 운영 25%, 종교와 무관한 일반공연 및 전시 행사 개최 23% 등으로 뒤를 이었다.

마을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 58%는 초기보다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고 응답했고, 79%는 활동을 추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교회의 마을목회 활동은 점차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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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목회를 할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사역 찾기’가 48%, ‘마을 주민과의 공동체 연대의식’이 41%, ‘겸손한 목회자의 자세’가 31%로 꼽혔다. 교회가 하고싶은 사역이 아니라 마을이 필요로 하는 사역을 찾아 전개하면서 주민들과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되, 마을을 존중하는 겸손함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가 마을목회를 처음 시작하고 지역 주민들을 향해 다가갈 때, 처음엔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회의 계속되는 노력으로 진정성을 확인시켜줄 때, 아울러 ‘전도’만이 목적이 아님을 이해시킬 때 지역 주민들은 마음을 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을목회자들은 ‘처음에는 무관심하고 비협조적이었으나 점차 이해해주고 적극 협력해줬다’(66%)면서 ‘마을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목회자는 다르다고 인정하거나 칭찬을 하기도 한다’(79%)는 피드백을 전했다.

마을목회자들은 그 자체가 직접적인 교회 부흥이나 전도의 수단은 아닐지라도 전도에 유리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마을목회가 교회 부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4%였고, 교회 부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기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응답이 70%로 높았다.

마을목회와 전도에 대해서는 전도의 좋은 기회이므로 적극적으로 전도해야 한다는 응답은 18%, 기회가 되면 전도할 수 있다는 응답이 61%인 반면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도 22%나 나왔다.

아울러 마을목회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68%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가 39%,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 구현을 위해서가 35%, 지역사회에서 교회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가 22% 순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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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통계를 공개한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마을목회는 목회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지역사회, 마을로까지 이어져 마을공간, 사람을 목회의 대상으로 삼아 이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추상적 개념 또는 개인적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시공간,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실천이 마을목회”라고 정의했다.

이어 “마을목회는 마을이 중심이 된 목회다. 마을목회가 이뤄지는 ‘지금’ ‘여기’는 모두 환경과 조건이 다르다. 농촌과 도시, 구도시와 신도시, 대도시와 중소도시, 단독주택과 아파트, 잘 사는 동네와 못사는 동네 등등 모두 다르다”며 “마을목회는 마을마다 다른 욕구와 수요를 파악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회의 의지와 방향보다 마을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을목회는 마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강조점이다.

특히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베푸는 자리에서 내려와 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예수님께서 성육신하여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신 것처럼 마을목회는 교회가 마을의 일원이 되어 낮은 자세로 마을을 존중하며 함께하려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주의할 점은 마을목회를 직접적인 전도의 도구로 삼으려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마을에서 교회가 전도를 위해 마을 활동을 한다고 인지하는 순간, 교회는 마을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되어 마을목회는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라며 “마을목회는 교회 성장 수단이 아니라 순수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교회는 세상과 유리될 수 없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세상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추락한 한국교회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될 지도 모른다. 마을목회를 통해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사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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