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향 칼럼] 문화 차이

  • 입력 2022.08.04 10:0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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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향 사모(주님기쁨의교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 한국말이 좀 어려운가? 선교사는 선교지의 언어도 빨리 익혀야 하고 날씨에 따라 옷 차림새나 주거 형태도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물과 음식에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어느 미개한 곳에는 돼지를 잡아 천장에 걸어 놓고 구더기가 생기면 빗자루로 쓸어 담아 그걸 튀겨서 손님을 대접한다고 한다. 음료는 양젖인데, 버블티도 아닌데 뭐가 들어 있다. 그것은 타피오카 펄이 아니라 죽은 파리의 사체들. 목에 걸리는 게 많으면 그날은 파리가 많이 빠져 죽은 줄 알면 된다. (한 잔 먹세 그려! 음?) 어떤 한국 유학생이 문을 꼭꼭 닫고 청국장을 끓여 먹었는데 외국 친구가 노크를 하고 큰 일 났다는 듯이 “너네 집에 고양이가 죽었다”고 했단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없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들어와 찾더니 냄새의 근원지인 부엌에 와서는 쏘리! 하고 나갔다고 한다. 누구는 테임즈 강가에서 오징어를 구워 먹는데 어디서 살 타는 냄새가 난다며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했다고 하지 않나. 우리는 맛있는 음식이고 맛있는 냄새인데 외국인의 코에는 고약한 냄새다. 사실 치즈 냄새도 만만치 않다. 더 심하면 심했지. 유학 초창기부터 첫애를 낳기까지, 윔블던 근처의 쓰리 베드룸 하우스를 빌려서 다국적(독일, 일본) 학생들에게 세를 놓고 함께 살았다. 리투아니아에서 온 소녀는 제일 작은 방에 살았는데 어느 날 그녀의 엄마가 몇 주간 방문하면서 치즈를 선물로 가져왔다. 아주 맛있는 치즈라고 접시에 담아 왔는데 그때는 치즈 맛을 잘 모르던 때였다.

그렇지만 반짝이는 눈과 홍조 띤 미소로 수줍게 건네는 치즈에는 고마움과 인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간혹 고급 뷔페에 가면 여러 가지 맛있는 치즈가 보이는데 그것들을 챙겨 먹으면서 옛날 그 소녀를 기억하곤 한다. 중간 방에 살던 스페인 아가씨, 수산나가 너무 추운 겨울에 집 근처, 윔블던 오데온 앞의 YWCA의 습식 사우나에 나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회원증이 없었지만 순전히 수산나 빽으로 몇 번 입장했다. 물을 한 바가지 부으면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탕 안에서 어떤 영국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대뜸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한국에 살다 왔는데 목욕탕에서 사람들이 때를 밀더라면서, 자기가 본 놀랬던 일들을 수다스럽게 열을 내며 말했다. 당혹스러운 내 모습에 수산나가 벙긋 웃었다. 안되는 영어 덕분으로 혼자 떠들게 놔두고 다만 남의 나라, 한국 목욕 문화에 대해 왈가왈부 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녀가 안돼 보여 조용히 있었다. 세계에서 때를 미는 민족은 한국과 터키뿐 이라고 들었는데 진짜 터키 기념품 가게에서 때미는 타월을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송월 이태리 타월이 최고인 것 같지만 터키 때 타월은 투박, 뻣뻣하고 처음에 물에 좀 담갔다가 쓰는데 100년을 쓴다는 말이 재미있었다. 여기 저기 나눠주고 한 장 남은 것은 기념으로 가지고만 있었는데 얼마 전에 꺼내 써봤다. 내 손 사이즈 보다 훨씬 크고 안 닳고 진짜 평생토록 오래 쓸 것 같다.

언젠가 포천에 박스공장을 하시는 A집사님이 네팔에서 일하러 온 청년들(직원)을 바깥 집사님이 목욕탕에 데려가 청년들의 때를 밀어주었다는 말을 듣고 나도 옛날의 수산나처럼 벙긋 웃었다. 한국에서, 어떤 사장님이 자기 직원의 때를 밀어준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네 팔 사람들은 때 미는 문화가 아닌데 찜질방 문화도 충격이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한 것은 아니었을까. 선한 의도가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니. 영혼이 있기에 자기들에게 잘해 주려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을 알았을 것이지만 혹시 등짝의 때를 밀면서 시원한 게 아니고 아프게 느껴진 건 아닐지. 영국 교회 성도들이 컵을 씻는 걸 보면 충격이다. 반대로 그들은 우리가 물을 틀고 그릇 헹구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그들은 세제로 그릇을 문지른 후 엎어 놨다가 마른 행주로 바로 닦는다. 상놈(미국 놈들)이나 서서 샤워를 하지 양반인 그들은 바쓰 튜브에 물을 받아 거품 입욕제를 풀고 얌전히 몸을 담궜다가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보통 욕실에도 카펫이 깔려 있다. 그런데 설거지 하듯, 몸에 묻은 비눗기를 헹구지도 않고 바로 수건으로 닦는다고 한다. 가끔 영화에서 보는 장면이 사실이다. 그래서 피부가 그렇게 안 좋은가? 교회 안에도 사람들은 그야말로 각양 각색, 천차만별. 직업과 생각과 관심, 기호, 정치적 색깔, 성별 등. 공동체 안에서 그 모든 차이점을 알고 귀히 여기고 존중하고 겸손한 지혜로운 성도들이 되면 좋겠다. 세상에서도 자기 생각과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지 않으며 서로 사랑하고, 위하여 기도하고 위로, 격려, 지지, 헌신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상대방 입장에서 배려하고 복음을 전하도록 노력함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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