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성도의 자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입력 2022.09.17 10:3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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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자살자 유족 13만여명, 교회 공동체가 품고 돌봐야 한다

2020년 기준,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195명이다. 가족의 자살로 영향을 받는 유족은 약 10~13만여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혈육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커다란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자살 유족들은 정서적으로 불안과 분노, 우울, 죄책감, 절망감 등을 경험하게 되고, 기억 문제와 혼란, 자기 결정 능력 저하, 사회적 기능 감소 등 인지적 측면에서도 장애를 겪게 된다. 신체적으로도 식이장애가 오거나 수면장애, 무기력과 같은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의 사망 소식을 들은 직후, 가족들은 ‘그럴리 없다’는 <부정>의 단계에 들어선다. 곧이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고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분노>, 고인에게 소홀히했거나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누그러들지만 <슬픔>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으며, 고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수용> 단계에 다다르면 다시 삶을 재정립해 나가게 된다. 이러한 자살 유족의 애도 단계는 목회자와 교회 공동체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단계별로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Lifehope기독교자살예방센터와 두드림자살예방중앙협회, 한국목회상담협회가 한국교회 최초로 ‘자살 사안 이후 교회를 위한 긴급목회돌봄 매뉴얼’을 개발해 한국교회에 공개했다. 이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발간한 ‘자살이 발생한 조직 관리자를 위한 지침서’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자살 지침 매뉴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긴급목회돌봄이란 자살 사건 이후 교인과 신앙 공동체를 돕기 위한 위기 개입 시스템이다. 자살이라는 충격사건에 노출되어 트라우마를 겪는 유족과 교인을 지원하고,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상실의 슬픔을 당한 유족을 목회적으로 지원하는 돌봄을 의미한다.

이 매뉴얼은 자살 및 자살유족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출발해 긴급목회돌봄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활용법, 자살이 발생한 이후 즉각 대응 및 구체적인 지원 방법, 장례식까지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있어 교회가 제공해야 할 도움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특히 장례식 이후 3개월까지 안정화 기간에 필요한 역할 중에 유품 정리와 애도 심방에 대한 내용도 담아냈으며, 장기 대응으로 1년 안에 교회가 해야 할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제안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교회시설 내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수사기관에서 참고인 조사를 요청할 경우, 교회 차원에서 부고는 어떻게 내야 할지 등 당황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지침과 조언을 수록했다.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조성돈 대표는 “우리나라는 한해 1만3000여명 정도에 이르는 생명이 자살로 인해 스러져가고 있다.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 비율 20%를 에누리없이 그대로 적용해본다면 대략 2600명이 된다. 매년 대형교회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교회가 그동안 자살을 예방하고, 위기상황을 돕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유족들을 돌보기 위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한 조 대표는 “오히려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했다. 은혜가 되지 않으므로, 선교에 걸림돌이 되므로, 목회자의 흠결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교회는 그들을 외면해 왔다”면서 “이러한 우리 교회의 모습은 과연 하나님 자녀 공동체로서, 예수님의 동행자 공동체로서 적절한 모습인가”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조 대표는 “이 매뉴얼이 긴급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목회자들에게 효과적인 가이드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교우를 위해, 그리고 자살자 주위에 방치되어 있는 수많은 유족들과 지인들과 교우들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대책들을 세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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