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죽도록 충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 입력 2022.10.02 22:3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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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부족하고 연약한 종입니다. 하나님이 먼저 도와주셔야 하고, 기도하는 것 외에는 나타낼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무거운 짐에 억압감도 있지만 나의 목회 마지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교단을 섬기겠습니다. 모두 협력해주시면 우리 교단이 부흥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예수교대한감리회 제27차 정기총회에서 총회감독으로 선출된 원형석 목사(창곡제일교회)는 비상한 각오를 밝히며 감독으로서 최고의 헌신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너의 행사를 다 여호와께 맡기라’는 말씀을 받아 ‘세워주시면 기꺼이 감당하리라’는 마음으로 나섰던 감독선거에서 덜컥 당선된 순간, 교단을 위해 죽도록 충성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원 목사는 그동안 교단 내에서 ‘바른 말 잘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좋은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는 법 없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여 미움도 많이 샀다고 했다.

그런 원 목사가 이번 총회에서 감독에 당선된 것은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바른 말’ 할 줄 아는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감독이 되자마자 자신을 꼭 닮은 ‘바른말 잘하는 사람’들로 임원진을 꾸렸다. 이번 기회에 교단을 바로 세우겠다는 각오다.

원 목사는 예감 교단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하나로 화합되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동안 암암리에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교단 정치가 이뤄져 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교단이 사랑으로 화합되고 하나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교단 산하 교회들이 재산을 사단법인에 등록하게끔 독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 목사는 “우리 교단에서 중추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사단법인에 교회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여 교단이 든든히 서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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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다음세대 문제는 예감 교단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원 목사는 “교회가 다음세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외치지만, 오늘날의 크리스천들이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말씀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믿는 사람들이 세상의 가치를 쫓아갈 것이 아니라 거룩함을 회복하여 말씀대로 살아내야 한다. 부모의 신앙이 바로 서면 자녀들이 바로 서기 마련이다. 가정예배를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다음세대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교회의 다음세대인 어린이들이 세워져야 하듯이, 교단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목회자들이 배출되어야 한다. 원 목사는 예감의 대표적인 신학교육기관인 감리회신학교의 활성화를 말하며, 학장 신재혁 목사와 대학원장 최창규 목사, 이사장 윤석호 목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원 목사는 “신학교를 활성화시켜서 목회자 수급을 안정화하고, 무엇보다 예감의 신학적 정체성이 분명한 목회자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원형석 목사는 예감에서 자라난 뼈속까지 예감인이다. 아버지가 반석중앙교회 장로였고, 장인어른은 성산교회 원로목사였다. 원 목사는 예감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여 변함없이 교단을 지키며 최고 리더십인 총회감독에까지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원 목사는 처음부터 목회의 길을 택했던 것은 아니다. 목회자가 되라는 주변의 권고를 피해 평범한 회사도 다녔고, 중동 근로자로 도망가기도 했다. 중동에서 돌아와서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겠다며 충북 제천으로 이사를 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마저 원 목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목회자 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부르심에 순응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원 목사는 “목회는 내 체질이 아니라고 도망다녔다. 무작정 제천으로 가서 6개월 동안 연탄장사도 했다. 그곳에서 다니던 봉양감리교회는 목회자와 성도들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는데, 우리 부부가 다니고부터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도 다들 나더러 목회자가 될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하나님 앞에 두손 두발 다 들고 성산감리교회로 돌아와 장인 목사님의 영적인 지도를 받으며 목회자 수업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원 목사는 1991년 평택에서 영락교회를 개척했고, 이후로 고정중앙교회, 인천영광교회, 창곡제일교회로 이어지며 32년 동안 목회를 해왔다.

현재 원 목사의 나이 68세. 감독 임기 2년을 봉사하고 나면 교단 은퇴 연한인 70세를 채우게 된다.

원 목사는 “나는 많이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이다. 전국교회 목회자와 대의원들에게 협력해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 교단의 사업과 행사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늘 교단을 위해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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